농협경제지주와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사이 농산물 구매권을 둘러싼 갈등이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커지고 있다.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는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통합구매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서 노조의 구매권 조정 요구를 반영하는 등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농협경제지주와 노조 농산물 구매권 갈등 커져, 장철훈 설득 통할까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24일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에 따르면 설 연휴를 앞두고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번 파업의 최대 쟁점은 농산물 구매권을 농협경제지주와 농협유통 가운데 어디에서 맡느냐의 문제다.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는 농협경제지주가 유통자회사 4곳을 통합하면서 각 자회사가 가지고 있던 농산물 구매권을 회수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는 농협경제지주가 일괄적으로 농산물을 구매한 뒤 판매를 자회사에 위탁하면서 오히려 농산물의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품질이 균일한 공산품과 달리 농협경제지주가 품질이 천차만별인 농산품을 일괄적으로 구매하면서 품질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는 더 싸고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통합법인이 자체 농산물 구매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협경제지주가 농산물 구매권을 독점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구매와 판매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농협경제지주 밑에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5곳을 독립법인의 형태로 운영해 왔다.

농협경제지주는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유사한 사업을 하던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등 4곳의 합병을 추진해 지난해 11월 통합법인인 ‘농협유통’을 만들었다.

농협경제지주는 이 과정에서 각 자회사로 분산됐던 상품 조달, 공급 기능을 농협경제지주로 모으고 통합법인은 일반 유통업체에 대응하는 판매전문회사로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협유통은 지난해 9월 유통자회사 4곳의 회사합병 결정을 고시하며 “중복업무 및 중복비용을 제거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력 재배치를 통해 판매역량 증가 및 매출증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객들이 예전에는 농산물을 관해서는 백화점보다는 좋다는 생각으로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했는데 농협경제지주가 농산물 판매권을 독점하면서 품질이 하향 평준화됐다”며 “그러면서 공급단가는 오히려 비싸졌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의 파업은 농협의 농산물 판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가 유통자회사 통합 과정에서 농산물 구매권을 놓고 추석 직전 5일 동안 총파업을 예고하자 장 대표가 직접 노조와 만나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이때 장 대표가 축수산물 구매권을 통합법인에 남겨두는 것과 통합구매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한 소통을 약속하면서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는 파업을 철회했다.

장 대표는 노조와의 협의체인 통합구매제도개선협의체를 통해서 농산물 구매권 조정 요구를 검토하는 방안으로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총파업 전에 타결을 보기 위해 노조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