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키운 대만 미디어텍, TSMC 손잡고 강력한 경쟁자로

▲ 릭 차이 미디어텍 CEO.

대만 반도체기업 미디어텍이 TSMC와 협력을 강화한 성과로 모바일프로세서(AP) 세계 1위에 오른 데 이어 PC와 자동차용 반도체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미디어텍이 급성장함에 따라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쉽지 않은 경쟁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16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디어텍과 TSMC의 전략적 협력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미디어텍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타이페이타임스에 따르면 릭 차이 미디어텍 CEO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TSMC와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개발에 힘을 합쳐 경쟁우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텍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하는 차세대 모바일프로세서에 세계 최초로 TSMC의 3나노 미세공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TSMC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3나노 기반 프로세서는 내년 말 출시되는 아이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디어텍이 최신 반도체공정 활용에 약 1년 가까이 앞서나가는 셈이다.

타이페이타임스는 미디어텍이 TSMC의 새 반도체 패키징기술을 활용해 협력하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내년에 고객사에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도 3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해 내년 출시되는 퀄컴의 차기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나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생산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이런 계획을 확정하거나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미디어텍이 글로벌 모바일프로세서시장에서 신흥 강자를 넘어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 측면에서 상위기업 지위를 굳히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키운 대만 미디어텍, TSMC 손잡고 강력한 경쟁자로

▲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1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프로세서시장 출하량 점유율 자료.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2020년에 처음으로 모바일프로세서시장 부동의 1위 기업이었던 퀄컴을 넘고 세계시장 선두에 올랐다. 

2021년에도 40% 안팎의 점유율로 선두 지위를 굳히게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미디어텍은 주로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중저가 프로세서를 공급하며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TSMC와 끈끈한 협력을 통해 기술력 측면에서도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곧 출시되는 TSMC 4나노 기반 ‘디멘시티9000’ 프로세서는 올해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가운데 가장 우수한 구동성능을 나타낼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이미 지난해 미디어텍에서 디멘시티9000 샘플을 받았고 삼성전자도 이를 스마트폰에 탑재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텍은 TSMC와 협력을 앞세워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넘어 8K TV용 프로세서, PC용 CPU, 차량용 반도체 등 분야까지 공격적으로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시스템반도체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만의 세계 1위 모바일프로세서 전문기업과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의 연합군을 맞상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키운 대만 미디어텍, TSMC 손잡고 강력한 경쟁자로

▲ 미디어텍 스마트폰 프로세서 '디멘시티9000'.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모바일프로세서 ‘엑시노스’ 반도체를 스마트폰과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등에 공급하는 등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벌여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텍과 TSMC가 시너지를 내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운다면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대만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와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대립관계를 고려해 강력한 지원을 통해 자국 반도체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힘을 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디어텍이 글로벌 모바일프로세서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데 삼성전자가 기여한 역할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원가 절감을 위해 가격이 저렴한 미디어텍의 프로세서 탑재 비중을 늘리면서 미디어텍의 실적 증가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 분석자료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2020년 모바일프로세서 출하량은 전년 대비 47.8%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에 공급한 물량이 같은 기간 25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텍이 프로세서 판매 증가에 힘입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TSMC의 고성능 파운드리를 활용할 금전적 여력도 키운 만큼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 경쟁자를 직접 키워낸 꼴이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유일하게 자체 프로세서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업체로 장점을 살려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대만 반도체기업인 미디어텍과 TSMC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한다면 삼성전자가 갖추고 있는 장점도 어느 정도 따라잡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가 키운 대만 미디어텍, TSMC 손잡고 강력한 경쟁자로

▲ 삼성전자 자체 개발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엑시노스2100'.

삼성전자는 그동안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최신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가장 먼저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 왔는데 미디어텍도 TSMC의 차세대 3나노 미세공정을 앞서 적용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디어텍 프로세서가 엑시노스보다 우월한 성능을 보여준다면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프로세서로 시장에서 입지를 지켜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TSMC도 미디어텍의 프로세서 생산 물량 확대에 힘입어 실적을 늘리고 이를 통해 생산투자를 확대한다면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 추격을 방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미디어텍에 대항해 엑시노스 프로세서 성능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설계역량을 확보하고 스마트폰에 자체 프로세서 탑재 비중도 높일 필요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중저가 프로세서 전문업체로 꼽히던 미디어텍이 단기간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시장 진입에 성공했다”며 “앞으로 기술투자를 더 강화해 성장 기회를 키우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