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이 리보핵산(RNA)기술을 앞세워 바이오 플랫폼 기반의 신약개발을 본격화한다. 

조 사장은 기존에는 화학합성 기반의 신약개발을 통해 SK바이오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2022년 들어 새로운 기술 도입을 추진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발굴 확대, 조정우 RNA로 답 찾는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


11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개발활동이 연초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바이오오케스트라와 협업으로 마이크로RNA(miRNA) 기반 뇌전증 치료제를 발굴하겠다고 5일 발표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자체 플랫폼기술로 후보물질을 선별·합성하면 SK바이오팜이 효능 검증 등 전임상 시험을 담당하는 식이다. 

조 사장은 뇌전증뿐 아니라 향후 다양한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바이오오케스트라와 협력을 알리며 "차세대 기술을 접목해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현재 보유한 신약 및 후보물질은 8종으로 모두 화학합성 기반의 저분자 의약품이다. 조 사장은 여기에 바이오 의약품을 추가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화학합성 의약품에 비해 분자 크기가 크고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생물체를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조공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고유의 독성이 낮고 작용기전이 명확해 난치성질환 및 만성질환에 비교적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바이오 의약품 중에서도 특히 RNA 기반 의약품이 주목받고 있다. RNA는 DNA가 보유한 유전정보를 토대로 세포들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게 한다.

RNA의 종류는 다양하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등에 사용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은 단백질 생산을 위한 설계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번에 SK바이오팜이 활용하는 마이크로RNA는 mRNA의 작용에 관여해 몸속에서 정상적인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돕는다.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데 마이크로RNA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생물정보학연구실에 따르면 최소 60%에 이르는 인간 mRNA들이 마이크로RNA의 조절을 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마이크로RNA를 이용한 혁신 의약품 개발’ 보고서에서 “마이크로RNA는 mRNA 등과 결합해 유전자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절(RNA 간섭)함으로써 변이 단백질의 발현을 통제한다”며 “마이크로RNA는 질병 유발 표적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저해해 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SK바이오팜뿐 아니라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마이크로RNA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크로RNA 기술을 응용해 개발된 망막염, 고콜레스테롤혈증, 아밀로이드증, 급성간성포르피린증 치료제 등이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등 화학합성 기반 신약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경험을 토대로 마이크로RNA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바이오팜은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세노바메이트의 판매허가를 받았다. 한국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최초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 신청(NDA)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미국 식품의약국의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당시 조 사장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세노바메이트 개발부터 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력 끝에 세노바메이트는 현재 SK바이오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 있는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조 사장이 그동안 가보지 않은 차세대 RNA 기반 신약개발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까닭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면서 “첨단 RNA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신약을 창출하겠다”고 밝혔고 2022년이 되자마자 이런 전략을 구체화했다. 

조 사장이 세노바메이트의 뒤를 이을 바이오 신약을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