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미래 '비즈그룹' 4인에 달려, 윤종규 후계 판짜기 본격화

▲ (왼쪽부터) 허인·이동철·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 겸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KB금융그룹이 지주 내 4개 '비즈그룹'을 바탕으로 전체 계열사의 중심을 잡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각 비즈그룹을 이끄는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 및 박정림 총괄부문장 등 '포스트 윤종규'로 꼽히는 차기 리더군의 후계경쟁도 본격화하게 됐다.

10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최근 열린 '2022년 상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4개의 비즈그룹별 세션을 열고 2022년 중점 추진계획 발표를 통해 부문간 시너지 확대와 실행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KB금융그룹의 경영전략회의에서 '비즈그룹별 세션'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부터 기존 사업부문을 확대 재편해 새로 도입된 조직체계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부터 비즈그룹을 통해 부문별 연계와 협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3명의 부회장과 1명의 총괄부문장을 책임자로 임명했다.

비즈그룹은 크게 △허 부회장이 맡고 있는 개인고객부문·자산관리(WM)·연금부문·중소기업(SME)부문, △이 부회장이 담당하는 글로벌부문·보험부문, △양 부회장이 맡은 디지털부문·IT부문, △박 총괄부문장이 맡은 자본시장부문·CIB부문으로 나뉜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허인·이동철·양종희 부회장은 각각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의 대표이사를 맡아 성장을 이끌면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오랜시간 호흡을 맞춰왔다.

박 총괄부문장 역시 2019년부터 김성현 각자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KB증권을 이끌면서 KB증권을 비은행 1등 계열사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해도 연임에 성공했다.

비즈그룹을 설치한 것은 윤종규 회장이 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2년 뒤 윤 회장의 임기만료시점에 맞춰 본격적으로 후계 경쟁구도를 짰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회장은 여전히 지주 의사결정체계의 정점에 있지만 지주 내 일부 업무(브랜드총괄, HR총괄, 리스크관리총괄, 재무총괄, 전략총괄)를 제외한 미래의 주요사업은 비즈그룹의 책임자들을 통해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4명의 부회장 및 총괄부문장은 지금까지 꾸준히 KB금융그룹의 핵심 리더군으로 꼽혀온 만큼 향후 성과에 따라 '포스트 윤종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회장은 이들 각자에게 '새로운 역할'이라는 도전과제를 던져주면서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에 올려놨다.

좀 더 다양한 부문의 경험을 통해 KB금융그룹을 이끌 수 있는 차기 리더로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카드사 대표이사 출신이자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이 부회장에게 그동안 양 부회장이 맡던 글로벌과 보험을 담당하게 하고 양 부회장에게는 그동안 허 부회장이 맡아오던 디지털과 IT를 새로 담당하게 해 보다 넓은 시야에서 그룹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부문장 역할만 맡고 있던 박 총괄부문장은 기업투자금융(CIB)까지 맡아 그룹 차원의 투자·자산운용 역량 강화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 그룹 내 투자부문의 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