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내년 중고차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정의선 회장이 꿈꿔 온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되는 데 이는 현대차그룹에 새로운 시장 개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그룹 중고차사업 본격화, 정의선 자동차 가치사슬 완성 가시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계기로 내년부터 국내 중고차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일찍부터 계열사를 통해 국내 중고차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왔는데 내년부터는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해 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해외 중고차사업과 국내 중고차 경매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노하우는 축전되어 있는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수입차 업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인증중고차 방식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중고차사업도 맡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인증중고차는 일반중고차와 달리 제조사가 직접 고객들에게 일정 조건이 되는 중고차를 사들여 검수하고 수리를 거쳐 보증기간을 연장한 중고차를 말한다.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는 거래 대수 기준으로 신차시장의 2배 이상인 만큼 정 회장으로서는 신규시장 개척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모두 387만4304대 자동차가 중고거래됐다. 같은 기간 신차 등록은 191만5743대로 중고차 거래가 신차 등록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소유보다는 공유 개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큰 만큼 기존보다 신차시장과 관련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많다.

자율주행차나 도심항공모빌리티 기체 등으로 자동차시장이 전환되면 개인들이 지금과 같이 소유하기에는 가격 부담이 큰 만큼 리스나 렌털 등의 방식으로 차량 소유 개념이 변할 가능성이 크다.

차량 공유가 활성화되면 그만큼 자동차를 구매하는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완성차업체로서는 새로운 시장 발굴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은 연평균 2%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평균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이 3.6%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인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쇳물부터 자동차 생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한 만큼 중고차거래에서도 다른 곳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을 위한 원료인 자동차 강판부터 부품과 완성차 생산, 애프터서비스(AS)까지 망라하고 있어 중고차사업에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취임할 때부터 특히 자동차 품질 경쟁력을 강조했는데 중고차사업은 현대차그룹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이 직접 자사 중고차를 관리하고 보증하면 사고 및 고장 사례를 줄일 수 있어 자동차 품질과 관련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을 통해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중고차사업은 이런 생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직접 품질을 관리하면 현대차에서 나온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차 가격을 인상할 때 부담을 덜 수 있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신차 가격을 제대로 매기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아이폰이 신제품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데는 중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시세도 한몫 한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아직까지 중고차거래 시장과 관련한 제도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진출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 완성차회사들이 내년 1월부터 인증중고차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정부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재 완성차기업들의 중고차시장 진출과 관련해 중소기업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한 최종심의 결과를 앞두고 있다. 그런 만큼 심의 결과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출 여부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12월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시장 진입을 선언했지만 앞으로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한 심의절차가 아직 남았다”며 “심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중고차 매매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2019년 2월8일 만료된 이후 중기부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가 주관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심의해왔다.

애초 2020년 5월에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한 최종심의 결과가 나와야하지만 현재까지 위원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