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가 석유화학과 친환경사업을 확대하면서 새 성장동력을 찾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정유4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큰 폭의 이익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비정유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4사 올해 실적 전망 맑음, 내년 화두는 수소와 폐배터리 재활용

▲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부회장.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내년에도 석유제품 정제마진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발전용 석유제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 석유제품 재고도 낮아 내년 석유제품 수요와 정제마진 강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27일 네덜란드 TTF 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1MWh(메가와트시)당 129유로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천연가스 가격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던 21일 1MWh당 180유로보다는 하락했지만 올해 초 1MWh당 17유로와 비교하면 7배 이상 오른 수치다.

이는 러시아가 21일부터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영향이 크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요의 40%가량을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발전량 기여도는 아직 의미 있는 수준까지 늘어나지 못했다. 천연가스 부족 현상이 벌어지자 석유제품 수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석유제품 수요 상승은 국내 정유4사가 내년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4사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큰 폭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나 올해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따른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으로 3분기까지 지난해 봤던 손실을 모두 만회했다.

정유4사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합산 영업이익 5조638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전체 합산 영업손실 5조1804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11월 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급락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IT) 가격은 지난달 26일 뒤 한 달 만에 배럴당 75달러 선을 회복했다. 정제마진은 11월 넷째 주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2월 셋째 주 6.2달러로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유4사 가운데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모두 4분기 영업이익 7천억 원대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올해 분기별 영업이익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이다.

정유4사는 올해 거둔 대규모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정유시황에 따른 실적 변동폭을 줄이기 위한 비정유사업으로의 다각화 작업에 더욱 힘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미 준비해오던 석유화학사업 확장을 통해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대규모 석유화학설비인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와 중질유 분해설비(HPC)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GS칼텍스 올레핀 복합분해설비는 매년 에틸렌(EL) 75만 톤과 폴리에틸렌(PE) 50만 톤을, 현대오일뱅크 중질유 분해설비는 매년 폴리에틸렌 85만 톤과 폴리프로필렌(PP) 50만 톤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이다.

에쓰오일도 매년 에틸렌 180만 톤을 포함한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를 짓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설계 뒤 이사회의 최종승인을 거쳐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유4사는 석유화학사업 이외에 수소와 전기차 등 친환경에너지 관련 사업을 위한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사업을 분할하며 순수 지주회사 모습을 갖춘 뒤 친환경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2일 임원인사와 동시에 조직개편을 통해 가장 먼저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점찍은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전담조직인 ‘BMR(Battery Metal Recycle)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모두 수소생산을 중심으로 한 수소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전체의 7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상장 단계도 밟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유가와 정제마진이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확산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며 “다만 업계 전반에 걸쳐 비정유사업 확장 등 미래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