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를 앞두고 로봇을 주제로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기차를 시작으로 전통적 자동차산업의 변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을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미래기술산업을 이끄는 선도업체(퍼스트무버)로 바꿔놓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로 읽힌다.
 
현대차 CES2022 주제는 로봇 모빌리티, 정의선 기술 선도 향한 의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2에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는 주제로 로봇기술을 전면에 내세운다.

단순히 로봇기술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로봇기술이 모빌리티, 메타버스와 만나 혁신적으로 바뀔 새로운 미래 이동경험을 제시한다.

특히 로봇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모빌리티인 ‘모베드’와 ‘플러그앤드라이브(PnD)모듈’을 처음 공개한다.

모베드는 바퀴가 4개 달린 납작한 직육면체 모양의 모빌리티플랫폼으로 그 위에 어떤 장치를 올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대차는 CES2022를 앞두고 사전 영상을 통해 모베드를 먼저 공개했는데 영상 속 모베드는 배송로봇, 서빙로봇, 유모차 등으로 쓰인다.

플러그앤드라이브모듈은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는 개념의 미래 모빌리티인데 사전영상 없이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된다.

정 회장이 CES에 직접 참석해 새로운 모빌리티 개념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 열린 CES2020에서 직접 연사로 나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바뀔 미래 생활상을 보여줬다.

당시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있었으나 지금은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도심항공모빌리티를 주요 미래 모빌리티로 보고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첫 참가 이후 2015년부터 CES에 매년 참가하고 있는데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다른 완성차업체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를 대표하는 영역에서 앞선 기술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이미 수요가 예상되는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알리는 데 힘쓴 셈인데 정 회장 시대 들어 새로운 시장의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쪽으로 CES 활용방식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임직원과 진행한 타운홀미팅에서 미래 현대차그룹의 사업비중으로 자동차 50%, 도심항공모빌리티 30%, 로보틱스(로봇공학) 20%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 CES2022 주제는 로봇 모빌리티, 정의선 기술 선도 향한 의지

▲ 유모차로 활용되고 있는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현대차그룹 유튜브 화면 캡쳐>


글로벌 주요 전시회에서 다른 완성차업체와 차별화한 미래 비전을 선보이는 것은 정 회장의 주요 전략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은 올해 9월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열린 글로벌 주요 자동차전시회인 독일 뮌헨모터쇼(옛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도 미래 전기차 기술을 알리는 데 집중한 다른 완성차업체들과 달리 2040 수소사회 비전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궁극적으로 미래기술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을 선도업체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추격자 위치에 있었지만 이제 막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미래 모빌리티시대에는 산업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자리잡게 하려는 셈법이다.

정 회장이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계속 제시하는 일은 기술 리더십 강화로 이어져 현대차그룹과 빅테크업체의 협업을 이끌어 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는 친환경과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기술이 집결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완성차업체와 빅테크업체의 협업은 미래 모빌리티시장 경쟁력 확보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CES에서 발표될 로봇기술 비전에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동을 향한 인류의 근원적 열망을 채워 줄 로봇사업의 목적과 지향점이 담길 예정이다”며 “로봇기술이 메타버스와 현실세계 경험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구체적 예시와 함께 소개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