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에게 미국 월셔그랜드호텔과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이 남았다.

대한항공의 발목을 붙들고 있던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 매각이 마무리됐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바랐던 한옥호텔 건립이라는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됐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한항공의 자금 유동성에 숨통이 트여 조원태 대한한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오늘Who] 대한항공 자산 매각 아직 남아, 조원태 유동성은 한숨 돌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24일 대한항공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의 85%인 약 4740억 원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서울시, 토지주택공사와 이날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와 시유지인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맞교환하는 내용의 3자 매매·교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대한항공이 토지주택공사에 송현동 부지를 5578억9712만 원에 팔기로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잔금 15%는 내년 6월 말 등기이전을 마치면서 받게 된다. 

계약이 무사히 체결됨에 따라 대한한공은 자금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올해 안에 결론이 나면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약 10%포인트 가량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약 293%다. 

조 회장이 송현동 부지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2월 이를 위해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왔다. 

이후 코로나19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2020년 4월 대한항공에 1조2천억 원 상당을 지원받게 됐고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2021년 말까지 약 2조 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해야만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2020년 8월 기내식사업과 기내면세점사업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7900억 원에 매각하고 공항버스업체인 '칼 리무진'도 케이스톤파트너스에 96억 원에 처분했다. 골프장 운영업을 하는 계열사 제동레저도 매각해 230억 원을 확보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과 미국 월셔그랜드호텔의 지분도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과 매수의향자 모집 절차를 진행했는데 서울시가 공원화 및 강제수용 의지를 내놓으면서 매각에 제동이 걸렸다.

부동산업계는 2020년 기준으로 당시 송현동 부지의 가치를 최소 5천억 원으로 봤지만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매입가격으로 2천억 원가량을 책정하는 등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가 강제수용절차를 통해 송현동 부지를 취득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국민권익위를 통한 중재안이 마련되면서 대한항공은 당초 서울시가 책정한 금액보다 높은 금액에 송현동 부지를 팔 수 있게 됐다. 

다만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와 함께 매각에 나섰던 미국 월셔그랜드호텔과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레저와 호텔사업이라는 특성상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조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투자자에게 월셔그랜드호텔을 운영하는 한진인터내셔널의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미국에서 호텔·오피스사업을 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물로서 매력도가 떨어지자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한 협의를 중단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회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윌셔그랜드센터(LA윌셔호텔)를 재건축해 운영하고 있다.

왕산레저개발은 해양레저시설인 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 매각을 위해 2020년 11월 칸서스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본계약 체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올해 4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종료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칸서스자산운용을 다시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송현동 부지는 종로구 48-9번지 일대 3만7141.6㎡에 이르는 땅으로 광복 이후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였다. 

이후 정부가 삼성생명에 넘겼고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을 주고 매입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센터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덕성여중고, 풍문여고와 인접해 학교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구역이어서 호텔을 건립할 수 없었다.

또 송현동 부지는 북촌지구 단위계획구역으로 고도 제한 16m,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150% 미만의 기준을 지켜야 해 고층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대한항공은 관할교육청인 서울중부교육청과 소송도 불사했으나 결국 패소하면서 호텔 건립이 막혔고 서울시와 문화재위원회 등의 인허가를 얻지 못하면서 송현동 부지는 계속 빈 터로 남아있었다.

토지주택공사는 송현동 부지를 받아 서울시의 시유지인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와 교환하고 토지주택공사는 교환한 삼성동 부지에 공동주택을 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