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의 편의점 가맹점들이 재계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편의점업계의 눈치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코리아세븐이 편의점업계 만년 3위 꼬리표를 떼려면 재계약 가맹점을 대규모로 확보해야 하지만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가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이 넉넉하지 않아 장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Who] 코리아세븐 재계약 가맹점 잡기 다급, 최경호 '실탄' 부담

▲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22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새로운 가맹점 지원 방안을 2022년 1월 초에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가맹점 지원 방안을 아직 검토하고 있다”며 “가맹점 지원 규모를 확대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최 대표는 아직 내년 가맹점 지원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주요 편의점기업 4곳 가운데 유일하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등 편의점업계 1, 2위뿐 아니라 세븐일레븐보다 가맹점 수가 적은 이마트24까지 모두 가맹점 지원 방안을 내놨다.

특히 경쟁기업들은 2022년부터 적용할 가맹점 지원 방안을 놓고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선전하고 있다.

GS리테일은 2일 코로나19에 따른 비용 부담을 나누는 차원에서 가맹점주들에게 현금 20만 원을 일시 지급하고 그동안 지원 수준보다 대폭 늘린 1800억 원 규모의 가맹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CU는 이에 뒤지지 않겠다는 듯 가맹점 관리를 잘한 가맹점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내용과 함께 GS25보다 더 큰 규모인 2천억 원 수준의 가맹점 지원 방안을 내놨다.

이처럼 가맹점 지원을 놓고 편의점업계가 경쟁하는 이유는 2022년에 편의점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는 2018년 12월부터 가맹점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근접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편의점 자율규약을 시행해오고 있다. 새로운 편의점을 열려면 기존 편의점과 최소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신규 점포 출점을 통한 외형성장이 상당 부분 제한돼 있는 것이다.

이 규약은 올해 다시 연장될 것이 유력해 2024년까지 출점 제한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업계에서는 전체 편의점의 10% 수준인 5천여 개 편의점 가맹점이 내년에 재계약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 가맹점은 보통 5년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거나 경쟁 브랜드로 위약금 없이 갈아탈 수 있는데 2017년에 5천여 개의 편의점이 신규 출점하면서 자율규약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재계약 점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최 대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2020년 말 기준 세븐일레븐은 1만501개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2위인 GS25의 점포 수(1만3918개)와는 3천 곳 이상 차이난다.

내년에 재계약에 나서는 가맹점 수요를 많이 끌어온다면 2위와 격차를 좁힐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돈이다.

최 대표가 경쟁기업과 같은 수준의 가맹점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코리아세븐은 별도기준으로 영업손익이 흑자전환된 지 얼마되지 않았다. 올해 3분기 기준 2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코로나19 이전(2019년 1~3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93.6% 감소했다. 국민지원금 수혜와 상품 경쟁력으로 흑자를 늘리고 있는 경쟁기업들과는 상황이 딴판이다. 때문에 안정적 수익구조를 안착하기 전에 대규모로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점은 부담일 수 있다.

이미 코리아세븐은 해마다 200억 원대의 상표권 비용도 지출하고 있다. 가맹점 지원 규모를 현재 수준보다 더 확대하면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 다시 적자 기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리아세븐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1년 전보다 소폭 증가해(11%포인트) 315.8%로 파악된다. 가맹점 지원금이 포함된 판매관리비도 올해 소폭 늘어 1년 전보다 80억 원 더 많이 지출했다.

그렇다고 최 대표가 재계약 점포 유치 경쟁에서 손을 놓고 있기만도 힘들다. 안정적 수익구조를 뒷받침하려면 점포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 점포의 수익성 강화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부실한 점포를 폐점하면서 전체 점포 수가 줄었다.

게다가 코리아세븐은 매물로 나온 미니스톱을 인수하는 데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가맹점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는 방안은 재계약 점포를 확대하는 방안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코리아세븐은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중소도시로 출점을 확대하고 기존점포의 매출 증대를 위한 상품 구색과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점포 자체의 매출 향상과 수익 제고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