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부회장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변수에도 숙원인 상장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며 정유업계에도 충격을 주고 있지만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현대오일뱅크 상장 추진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도 현대오일뱅크 상장 못 막아, 강달호 '3수' 성공기 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부회장.


또 강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다각화 역시 상장 과정에서 좋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9일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올해 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이르면 다음주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안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0조 원대로 추산하고 공모를 통해 2조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 10조 원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체결했을 당시 기업가치보다 높아진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모회사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두 번째 상장 추진 때 아람코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에 관해 1조8천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토대로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는 8조1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현대오일뱅크의 높아진 추정 기업가치에는 올해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운송비 등을 뺀 금액) 상승에 따른 실적호조가 밑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매출 14조6621억 원, 영업이익 851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2.4% 늘어났고 영업손실 5147억 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강달호 부회장에 가장 중요 현안인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할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8년을 목표로 상장을 두 번 추진했지만 상장에 이르지 못했다.

2018년 말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강 부회장은 세 번째 상장 추진 과정을 초기부터 모두 총괄한 데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할 책임이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확산되며 정유업계에 비상등이 커졌다. 강 부회장은 상장을 앞두고 주력인 정유업황에 생긴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오미크론이 퍼지면서 석유제품 수요 감소 우려가 확산됐다. 11월26일에는 오미크론 우려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8.15달러로 전날보다 13.06%(10.24달러) 급락했다.

9일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72.36달러로 아직 이전 배럴당 80달러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제마진도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정제마진은 국제 경기 회복세에 올해 초 1달러대에서 10월 넷째 주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11월 다섯째 주 3.3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유사들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여겨진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오미크론에 따른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석유제품 수요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휘발유 재고는 2억1139만 배럴로 최근 4년 동안 최저치로 집계됐다.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도 석유제품 수요가 많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모든 지역 석유제품 재고가 연중 최저치까지 낮아졌다”며 “변이(오미크론) 바이러스와 관련한 구체적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지만 지난 2년 사이 학습효과와 백신접종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수요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강 부회장이 현대오일뱅크 사업구조를 석유화학으로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오미크론 충격에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긍정적 요소로 분석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안에 대규모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인 중질유 분해설비(HPC, 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상업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은 롯데케미칼과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세운 중질유 분해설비에서 내년부터 매년 영업이익 5천억 원가량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질유 분해설비는 매년 폴리에틸렌(PE) 85만 톤, 폴리프로필렌(PP) 50만 톤 등을 생산하게 된다.

강 부회장은 이외에도 블루수소(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저장·활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수소) 생산, 수소연료전지발전사업 등을 중심으로 한 수소사업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 등 석유화학사업을 통해 사업 다각화 수준을 높여 왔다”며 “상업가동을 앞둔 중질유 분해설비를 통해 석유화학부문으로 수익기반이 상당 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