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육아휴직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남성과 여성 직원 모두 권리를 누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나타난 성과다.
 
롯데그룹 육아휴직 뿌리내려, 신동빈 의무와 지원으로 활성화 독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각 계열사들이 속속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면서 계열사별 육아휴직자 수가 공개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육아휴직자 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롯데그룹은 모든 계열사의 육아휴직자 수를 더한 숫자를 보도자료를 통해 몇 차례 알렸다.

하지만 각 계열사별 육아휴직자 수를 공개하진 않았다.

롯데지주와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면서 육아휴직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됐다. 롯데칠성음료도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냈다.

롯데지주를 보면 육아휴직 적용대상 직원의 수(해당 연도에 출생 자녀가 있는 직원)는 2018년 4명, 2019년 7명, 2020년 6명 등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한 인원은 2018년 3명, 2019년 6명, 2020년 5명 등이다. 각 연도마다 1명을 빼놓고는 모두 육아휴직을 썼다는 얘기다.

특이한 점은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참여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2018년과 2020년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 모두는 남성이었다.

육아휴직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남성 직원이 많은 것은 롯데하이마트도 마찬가지다.

롯데하이마트에서 육아휴직권을 가진 남성 임직원 수는 2018년 188명, 2019년 135명, 2020년 121명이었다. 이 가운데 2018년에는 136명이, 2019년에는 126명이, 2020년에는 113명이 육아휴직을 썼다.

참여율로 보면 2018년 72.3%, 2019년 93.3%, 2020년 93.4%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하이마트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2018년 95.1%, 2019년 100%, 2020년 108.3%(육아휴직을 뒤로 미뤄 사용한 사례 포함) 등으로 상당히 높다.

롯데칠성음료 직원들도 육아휴직제도를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해마다 몇 명의 직원들이 육아휴직 대상인지를 따로 명시해놓진 않았다.

다만 2018년에는 남성 217명, 여성 46명 등 263명이, 2019년에는 남성 184명, 여성 48명 등 232명이, 2020년에는 남성 160명, 여성 44명 등 204명이 육아휴직을 했다.

전체 임직원 수를 고려했을 때 전체 직원의 3~4%가량이 해마다 육아휴직에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 3곳뿐 아니라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적으로 육아휴직제도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출생 이후 육아휴직을 바로 써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계열사간 온도차는 다소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2018년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은 1900여 명으로 2017년 180여 명에서 10배 이상 늘었다.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롯데그룹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신동빈 회장의 의지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17년 1월1일부터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의 남성 직원 누구나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갈 수 있도록 했다. 회사 눈치를 보느라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육아휴직 의무화 이후 남성 직원들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문화가 번졌다”며 “의무화라는 제도 아래에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육아휴직이 활발해진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과거 롯데그룹 한 계열사의 직원은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한 매체와 공동으로 주최한 ‘남성 육아휴직의 활용 실태와 과제’ 토론회에서 “처음엔 솔직히 걱정했고 진짜 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면서도 “다녀오면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했는데 걱정과 달리 다녀오니 변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육아휴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전적 혜택도 직접 챙겼다.

육아휴직 이후 첫 3개월 동안 법적으로 지급되는 육아휴직 급여는 현재 월 통상임금의 80%(최소 70만 원~최대 150만 원)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첫 달에 통상임금의 100%를 채워주고 있다.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육아휴직)는 “사업주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모성을 보호하거나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 포함)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면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낮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출생아 부모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자는 모두 31만9101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는 6만8863명으로 21.6%에 불과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 노동자가 63.6%, 남성 노동자가 1.8%다.

한국은 정보가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국가 가운데 육아휴직 사용일 수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출생아 100명 당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는데 이는 OECD 19개 국가 평균인 여성 118.2명, 남성 43.4명을 한참 밑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