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고령화시대가 다가오면서 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신탁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탁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상조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화시대 커지는 신탁시장, 신한은행 인공지능과 상조 연계로 차별화

▲ 진옥동 신한은행장.


8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신탁 수탁액은 496조 원으로 2020년 말 492조 원보다 4조 원 증가했다.

은행의 신탁 수탁액은 2017년 376조 원에서 2018년 435조 원. 2019년 480조 원 꾸준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탁계정 잔고는 2021년 상반기 기준 약 92조7천억 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신탁은 고객이 금융사에 돈이나 예금,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맡기면 운용과 관리, 처분해주는 일종의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다.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금융사는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하게 되는데 신탁사의 전문적 운용능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신탁은 아직까지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서비스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인생 후반기를 대비해 자산관리 수단으로 신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저축만으로는 고령자들이 안전망을 확보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탁은 자산의 운용 관리를 넘어 상속 절차까지 일임할 수 있기 때문에 저출산, 고령화사회를 맞은 한국에서도 점차 중요한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은 “고령자와 생산연령인구는 경제적, 행동주의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의 금융서비스와는 다른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종합재산신탁서비스는 고령자의 자산관리와 재산권 이전이라는 이중적 목적을 동시에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한은행은 고령자 층의 다양한 필요에 발맞춰 올해 7월 상조 서비스와 연계된 신탁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상조신탁은 가입자 사망 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으며 상조서비스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잔여재산은 상속 절차에 따라 반환된다. 신한은행은 병원비 목적의 메디케어 신탁, 증여를 위한 증여신탁 등 고객 생애주기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신탁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탁사업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기반한 신탁 포트폴리오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인공지능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품을 제안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은행권에서 인공지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곳 가운데 하나다.

신한은행은 올해 4월 인공지능사업을 총괄하는 통합AI센터장에 김민수 전 삼성SDS AI선행연구랩장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김혜주 전 KT빅데이터 상무를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로, 김준환 전 SK데이터 기술위원을 데이터 유닛 상무로 영입하는 등 인공지능 전문인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 9월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다양하고 혁신적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신한금융의 16번째 자회사인 신한AI가 공식 출범했다.

신한AI가 개발한 인공지능 투자자문 플랫폼인 ‘NEO’는 빅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금융시장을 예측하고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이다.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려는 신한은행에게 신탁은 놓칠 수 없는 먹거리다.

신탁을 통한 수수료는 비이자이익으로 연결되고 특히 수수료 상한이 정해져 있는 펀드 등과 달리 자유롭게 상품을 만들고 수수료를 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에게 유리하다.

금융위원회의 규제 완화 기조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0월28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신탁 대상 범위를 토지 등 비금융자산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탁 관련 규제가 개선되면 부동산과 현금은 물론 지식재산권이나 공유자산 등 다양한 형태의 신탁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