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신임 대표가 꼽는 유통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브랜드다.

유통기업의 사업모델은 회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에서 나오는데 브랜드 이미지가 플랫폼 경쟁력의 바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늘Who] 롯데백화점 맡은 신세계 출신 정준호, 브랜드 바꿔야 산다

▲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대표.


정 대표는 앞으로 대형화와 고급화라는 트렌드에 뒤처진 롯데백화점의 브랜드를 혁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실시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백화점 대표에 신세계그룹 출신인 정준호 대표가 선택된 것은 그만큼 롯데백화점의 변화가 절실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동안 롯데쇼핑 산하 사업부인 마트사업부(롯데마트)와 e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에 외부출신 인재를 등용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롯데백화점만은 내부인재를 중용해왔다.

롯데쇼핑의 모태나 다름없는 롯데백화점은 공채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롯데그룹 내부에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이 롯데백화점에 신세계그룹 출신의 정 대표를 발탁한 것은 더이상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짊어지게 된 가장 큰 과제는 롯데백화점의 대형화와 고급화(럭셔리화)다.

롯데백화점은 2020년 기준으로 백화점업계 매출 점유율 36.6%인 1위 사업자다. 하지만 과거 점유율 50%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상당히 줄었다.

다른 백화점들이 대형화와 고급화에 집중하는 사이 이들과 차별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공을 덜 들인 탓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랜드마크 백화점’ 전략을 통해 고품격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모든 점포에서 지역 1번 백화점이라는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점포 면적의 절반 이상을 고객 휴식공간으로 만든 더현대서울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이런 백화점업계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경쟁기업을 압도하는 매장 수를 앞세워 점유율 경쟁을 자신했던 탓이다.

실제로 각 점포별 백화점 매출순위 1~20위(2020년 기준)를 보면 신세계백화점이 7곳, 현대백화점이 5곳이지만 롯데백화점은 4곳만 이름을 올렸다.

결국 황범석 전 롯데백화점 대표는 11월 초 열린 롯데쇼핑 올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 직접 나와 “대형화와 럭셔리화라는 트렌드 대응에 미흡했던 약점을 개선하고 경쟁력 회복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고 말하며 롯데백화점 전략이 잘못됐다는 점을 고백했다.

정 대표는 대중적 백화점이라는 인식에 갇힌 롯데백화점의 한계도 넘어서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국에 백화점 30곳, 위탁점 3곳, 아웃렛 22곳, 쇼핑몰 5곳 등 모두 6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는 전국에 백화점 12곳, 아웃렛 5곳 등 매장 17개를 들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16곳, 아웃렛 8곳 등 매장 24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매장이 경쟁기업보다 2~3배 많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소 희소성이 떨어지는 브랜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브랜드 쇄신을 통해 롯데백화점 경쟁력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2019년 롯데백화점이 패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롯데GFR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강조해왔다.

정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유통기업의 사업 모델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바탕이고 이 플랫폼만이 지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브랜드다”며 “고객과 만나는 환경에서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그 역할을 브랜드사업을 통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명품에 관심 없다”며 “브랜드사업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고 말하는 등 유독 브랜드를 강조했다.

평생 브랜드를 통한 플랫폼 경쟁력 강화라는 업무를 해왔던 만큼 앞으로도 롯데백화점에서 브랜드 전문가의 수완을 발휘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삼성그룹 공채 28기 출신으로 1987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했다. 신세계백화점 이태리 지사장과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아르마니, 몽클레르, 돌체앤가바나, 메종마르지엘라, 크롬하츠, 어그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30곳 넘게 유치해 성공시킨 경험을 지니고 있다.

롯데GFR에 합류한 뒤에는 영국 화장품 샬롯틸버리와 이탈리아 애슬레저(일상에서 입는 운동복) 브랜드인 카파, 까웨 등을 들이며 브랜드 쇄신작업을 벌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