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욱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가 신세계의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문 대표는 신세계의 오프라인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패션·푸드·라이프스타일·화장품 관련 스타트업뿐 아니라 바이오와 헬스케어, 서비스분야에도 시선을 두고 있다. 
 
신세계 성장동력 책임진 문성욱, 벤처캐피털 맡아 스타트업 투자 촘촘히

▲ 문성욱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


문 대표는 신세계그룹 오너3세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편이다.

11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신세계 계열사 3곳이 초기 자본금을 대 설립한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의 기업벤처캐피털(CVC)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00억 원, 신세계가 60억 원, 신세계센트럴시티가 40억 원을 함께 출자해 자본금 200억 원으로 2020년 7월 출범했다.

대기업이 기업벤처캐피털을 별도로 두는 이유는 인수합병 후보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반 벤처캐피털은 스타트업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린 뒤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재무적 이익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벤처캐피털은 전략적 차원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모기업과 비즈니스 차원에서 도움이 되느냐를 중점적으로 판단해 투자기업을 선별한다.

기업벤처캐피털은 투자한 스타트업이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을 때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인수합병에 나선다. 새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검토한 뒤 기술 개발에 뛰어드는데 걸리는 모든 소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감안했을 때 신세계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만든 곳이 바로 시그나이트파트너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자금은 10월1일 기준 1천억 원이 넘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통해 신세계가 미래사업으로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11일 기준으로 모두 15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한 기업은 바로 슈퍼키친이다.

슈퍼키친은 슈퍼메이커즈가 운영하는 반찬가게 브랜드다. 자체 중앙제조시설을 기반으로 신선식품 및 가정간편식(HMR)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슈퍼키친에 앞서 투자한 곳은 만나씨이에이라는 회사다. 만나씨이에이는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 2명이 2012년에 만든 스마트팜 스타트업으로 아시아 최초로 오가닉 인증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쿠캣(간편식 플랫폼), 피치스(자동차문화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B팩토리(맞춤형 화장품 조제 플랫폼), 포지티브호텔(뷰티 푸드 큐레이션 브랜드), 홈즈(주거 라이프스타일 제안), 인타이어월드(LA패션 스타트업), 에이블리(온라인 패션) 등에 투자했다.

신세계가 본업인 백화점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패션과 화장품, 식료품, 라이프스타일 제안 등 여러 영역에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오와 헬스케어도 신세계의 관심사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5번째로 투자한 휴이노(HUINNO)는 심전도 웨어러블 기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부정맥 진단기술을 보유한 헬스케어회사로 서울대학교와 기술제휴도 맺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락토메이슨(프로바이오틱스 제조업), 스페클립스(인공지능 기반 피부암 진단기업) 등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서비스분야에도 시선을 두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3번째로 투자를 진행한 그랩은 동남아시아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1위 제공기업으로 이미 글로벌 기업에게 많은 투자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스팬딧이라는 기업에도 투자했는데 이 기업은 기업 출장 경비와 비용 관리에 자동화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B2B(기업 대 기업)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가 처음 출범했을 때만 해도 초대 대표이사는 임승배 전무였다. 임 전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신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었다.

하지만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출범 5개월 만인 2020년 12월 문성욱 대표가 대표이사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의 미래를 발굴하는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문 대표를 배치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표는 신세계그룹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며 능력을 입증해왔다. 

그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에서 일하다가 신세계그룹으로 옮겨 신세계I&C 전략사업본부장, 이마트 해외사업총괄,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마트 해외사업 총괄을 맡을 당시 중국사업 구조조정과 베트남 등 새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마트의 해외사업에서 경쟁기업보다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을 전공한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신규사업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기획본부의 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