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정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수합병과 인재확보 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3일 CJ그룹의 중기 비전을 내놓은 것은 ‘월드베스트 CJ’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오늘Who] CJ 정체 깨기 위해 인수합병 깨우나, 이재현 파격인사 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 회장은 3일 사내 특별방송을 통해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에 주저하며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미래 대비에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7년 5월 경영에 복귀하며 CJ그룹의 목표로 '2020년 그레이트 CJ’와 '2030년 월드베스트 CJ’를 내걸었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 원, 해외 매출비중을 70%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CJ그룹의 청사진은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CJ그룹은 2020년 매출 24조319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이 회장이 내건 그레이트 CJ의 2020년 매출목표가 100조 원인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CJ그룹의 대표 식품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해외사업에서 성장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CJ프레시웨이나 CJ푸드빌 등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영업손실을 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CJ그룹의 문화부문 대표계열사인 CJCGV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영업손실 2305억 원을 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932억 원을 냈다. 

이 회장은 이런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인수합병(M&A) 본능을 적극 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2018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와 미국 물류업체 DSC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며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을 세계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바 있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자 2019년 CJ대한통운은 독일 물류기업 슈넬레케 인수를 포기했으며 CJ제일제당도 미국 식품첨가물기업 프리노바 인수 검토를 중단하는 등 소극적 태도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 회장이 3일 중기 비전을 통해 4대 성장엔진에 앞으로 3년 동안 1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다시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4대 성장엔진은 컬처(Culture·문화),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치유),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등이다. 

문화부문에는 세계화에 성공한 한식브랜드 '비비고'를 중심으로 비비고 만두의 뒤를 이을 히트상품을 찾아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슈완스와 같은 세계적 식품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세계화에 고전하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티빙(TVING)’을 위해서 인수합병이나 파트너사 확보에 적극 나설 수도 있어 보인다. 

티빙은 2023년 가입자 800만 명을 목표로 내놨다. 이를 위해 네이버, JTBC 등 파트너사들과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시아, 북미대륙 등 주요 나라에 서비스를 진출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장르별 특화 멀티스튜디오 설립도 추진해 세계시장을 공략할 콘텐츠 제작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건강기능식품을 확대하기 위해 바이오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관련 분야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해외기업과 사내벤처 등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비건(채식) 트렌드에 대비할 대체·배양육분야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품사업부문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푸드업사이클링’과 ‘식물성 대체유’사업을 선정하고 사내 독립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중기비전에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파격적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다”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ENM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대폭 교체한 바 있다. 40대 임원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연공보다 능력경쟁을 통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이 회장이 인사에서 능력과 의지를 중심으로 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 연말인사에서 이런 구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직급과 승진제도 개편, 임원 직위체계 간소화를 추진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아울러 임직원이 소속 계열사와 직무에 제한 없이 그룹 안의 다양한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잡 포스팅(Job Posting)’, ‘프로젝트·태스크포스(TF) 공모제’를 시행한다. 또 의지와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에게 직급에 관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 공모제’를 신설한다.

구성원들이 기존의 조직에서 벗어나 새 사업에 도전할 기회도 제공한다. 독립조직인 사내기업(CIC)과 사내벤처를 활성화하고 사업화에 성공하면 스톡옵션 부여 등 다양한 보상제도도 함께 마련한다.

이 회장은 "앞으로 트렌드 리딩력, 기술력, 마케팅 등에서 초격차역량으로 미래 혁신성장에 집중할 것이다"며 "이를 주도할 최고 인재들을 위해 조직문화를 혁명적으로 혁신해 세계인의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는 미래 라이프스타일기업으로 도약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