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한샘 인수를 놓고 ‘비싼 가격에 샀다’는 외부의 우려섞인 시선을 떨쳐낼 수 있을까?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한샘 인수는 백화점산업에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시장을 잡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도 여전하다.
 
롯데쇼핑 한샘을 비싸게 샀다는 시선과 싸워야, 시너지 확대가 열쇠

▲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롯데그룹은 계열사와 한샘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아 성장성이 충분하다며 결코 비싼 값에 산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특히 롯데하이마트의 주력 제품인 가전과 한샘의 주력 제품인 가구를 한 데 묶어서 판매하는 전략에 주력한다면 충분히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샘이 독보적 경쟁력으로 국내 가구인테리어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실적도 증가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점도 미래가치에 투자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샘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1조1218억 원, 영업이익 528억 원을 내 2020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32.7% 늘었다. 가구인테리어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가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실적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당분간 롯데그룹 측이 한샘을 직접 경영하기 어렵다는 점은 롯데쇼핑이 구상하는 청사진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한샘 인수구조에서 사모펀드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한동안 한샘 경영을 맡기 때문이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향후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데 나설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에 한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샘 인수 초기에는 롯데그룹이 지닌 오프라인 매장 등 각종 유통망을 활용해 한샘이 사업확장을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향후 위기에 대응하기 힘들 수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일본 유니클로를 끌어들일 때 지분구조를 일본 의류회사 패스트리테일링 51대 롯데쇼핑 49의 구도로 짜며 주도권을 일본 회사에 줬다.

유니클로가 고성장세를 보일 때만 해도 사업은 안정적이었지만 이후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자 롯데쇼핑이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말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미 주도권을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쥐고 가며 롯데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형태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사업 시너지를 내는 데는 충분하다고 판단해 투자에 참여한 것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온전히 수혜를 입은 가구인테리어업계의 우호적 업황이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가구인테리어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흐름 덕분에 호황에 올라탔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 증가에 따른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포스트 코로나19시대가 열리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가구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한샘 인수가 가구인테리어업계에 발을 들인 뒤 서로 다른 성적표롤 받고 있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가운데 어느쪽에 가까울지 주목한다.

현대백화점이 2012년 인수한 현대리바트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효자로 거듭났다.

현대리바트는 2011년만 해도 연결기준으로 매출 5212억 원, 영업이익 92억 원을 냈으나 2020년에는 매출 1조3846억 원, 영업이익 372억 원을 냈다.

인수합병에 500억 원을 들인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현대리바트는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중심의 사업구조를 B2B(기업 사이 거래) 분야로 넓히기 위해 현대H&S를 흡수합병해 덩치도 키웠다.

올해는 B2B사업의 부진으로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여전히 주방가구분야에서는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세계가 2018년 인수한 신세계까사(옛 까사미아)는 `아픈 손가락`이라는 탐탁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2018년 1월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뒤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 백화점부문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내는 회사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롯데쇼핑 한샘을 비싸게 샀다는 시선과 싸워야, 시너지 확대가 열쇠

▲ 한샘 로고.


물론 신세계까사가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신세계까사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978억 원, 영업손실 36억 원을 봤는데 이는 2020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5.7% 늘어나고 영업손실 규모도 21억 원 줄어든 것이다.

신규매장 출점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데다 온라인 판매채널 ‘굳닷컴’의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까사가 가구인테리어업계 선두권으로 올라서기 위해 가야할 길이 만만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샘이 현대리바트가 아니라 신세계까사의 뒤를 따른다면 한샘을 고가에 인수했다는 시선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롯데쇼핑이 롯데하이마트와 함께 한샘을 인수하려는 사모펀드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해 출자하는 금액은 약 3천억 원이다.

한샘의 주당 인수가격은 22만 원 수준인데 이는 14일 기준 주가 10만5500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시장에서 롯데쇼핑의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여기에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가 한샘 인수작업을 마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 아직 남아있다.

한샘 지분을 8.43%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 있는 테톤캐피탈파트너스가 9월에 지분 매각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냈는데 이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르면 10월 안에 법원의 가처분 인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테톤캐피탈파트너스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의 한샘 인수작업도 지연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