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구독서비스를 독자적 신사업으로 키우기보다 기존 모바일 고객들의 혜택을 강화하기 위한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구독서비스는 통신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LG유플러스는 경쟁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 구독서비스로 집토끼 지키기 초점, 황현식 VIP 만족에 집중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LG유플러스는 외형 확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려 ‘해지율이 낮은 기업’이 되겠다는 내실경영을 앞세우고 있다.

22일 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신기업은 사업체계의 유사성, 폭넓은 가입자 기반, 전국에 퍼져있는 영업시스템 등 이미 구독서비스사업을 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구독서비스시장 핵심 사업자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통신사들은 구독서비스 생태계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시장의 추세에 발맞춰 모바일 등 컨슈머사업조직 제휴상품 담당 부서에서 구독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다만 LG유플러스는 구독시장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 전략 차원에서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이동통신사와 구분된다.

SK텔레콤, KT 등이 구독서비스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대하려는 것과 차이가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유플러스 모바일 VIP이상 등급 고객으로 대상을 한정해 구독상품 혜택인 ‘구독콕’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구독콕 서비스는 매월 다양한 제휴처의 구독상품 가운데 한 가지 서비스를 골라서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따로 돈을 내고 쓰는 서비스가 아닌 멤버십 혜택의 하나다.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 구독콕 서비스를 본격적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독콕을 별도의 서비스로 출시하는 것 등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던킨도너츠, 쏘카, 조인스프라임 등과 제휴해 구독상품을 추가한 것처럼 고객 혜택 강화 차원에서 구독콕 제휴처를 늘려가는 부분은 계속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올해 3월 대표에 취임할 때부터 기존 서비스의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내실경영을 강조해왔다. ‘뼛속까지 고객 중심으로 변화하겠다’는 경영목표를 내걸고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본업인 통신을 중심으로 내실을 탄탄히 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황 사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움직이려는 시점인 것은 맞다”면서도 “체력 면에서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이 고객에 필요한 서비스인지 우리 본업인 통신과 연결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분투자, 인수합병 등 부분과 관련해서도 황 사장은 “양적 성장을 위한 투자에는 우선순위를 낮게 두고 있다”며 기존 서비스, 콘텐츠의 역량을 높여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이런 선택과 집중, 실속주의는 LG그룹 차원의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사업 영역 등이 SK텔레콤, KT와 달라 구독서비스를 독자사업으로 키울 전략적 필요성 등에서 차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들과 달리 독립된 브랜드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사업이나 음원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나 음원서비스는 전형적 구독서비스 상품모델일뿐 아니라 최근 쏟아지고 있는 구독서비스 패키지 상품들 가운데서도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구독서비스에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는 핵심 ‘미끼’ 역할을 한다.

구독서비스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SK텔레콤과 KT는 모두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 별도법인을 두고 사업을 키우고 있다. 각각 플로와 지니뮤직 등 음원서비스 플랫폼도 있다.

SK텔레콤과 KT가 각각 8월과 7월 내놓은 구독서비스 상품을 봐도 이들 플랫폼 서비스가 구성에 들어가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당장 구독서비스를 모바일 고객 밖으로 확장해 다른 서비스들과 엮어내면서 시너지를 낼 부분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내부 서비스와 외부 기업과 제휴 등을 통해 구독서비스 상품을 구성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당장 큰 투자를 들여 육성할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황 사장이 우선 구독서비스를 모바일고객 혜택으로 제공하면서 제휴처를 늘려 구독경제 생태계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를 얻는 데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LG유플러스가 경쟁사들과 비교해 여전히 구독서비스 같은 신사업에 소극적이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식인 구독서비스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소유보다 실질적 사용가치를 중요시하고 합리적 가격에 다양한 경험을 직접 체험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한 MZ세대(20~30대)를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통신사는 물론 다양한 산업영역 기업들이 구독서비스 모델에 뛰어들고 있다.

통신과 뉴ICT사업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최근 본격적 구독서비스 상품 ‘T우주’를 출시하면서 구독서비스를 통신 존속법인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KT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즌과 할리스 제휴에 이어 전자책 정기구독 플랫폼 밀리의서재 지분인수에 나서 콘텐츠 구독부분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천억 원에서 2020년 40조1천억 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업계는 2025년에는 구독경제시장이 1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3년에는 세계 기업의 약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