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주요 금융당국 관계자와 금융지주사 회장, 금융협회장을 만나는 시기를 앞당겨 상견례를 마친 뒤 중장기 금융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위원장이 대출 만기연장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를 마무리하고 가계부채 축소를 포함한 금융시장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서둘러 논의를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늘Who] 금융위 대출 만기연장 끝내나, 고승범 상견례 서둘러 마쳐

▲ 고승범 금융위원장.


14일 금융위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은행연합회장과 여신금융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등 주요 금융협회장과 16일에 공식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새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 보통 금융협회장들과 일정 기간 비공식적으로 소통을 한 뒤 공식 일정을 잡는다”며 “과거 사례와 비교해 간담회 시기가 이른 편”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8월31일 금융위원장에 정식으로 취임한 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금융당국 관계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단체장, 5대 금융지주사 회장단을 모두 만났다.

연달아 이어진 간담회 자리에서 가계대출 축소와 금융시장 정상화를 위한 세부계획, 코로나19 금융지원 지속 여부와 금융권 규제환경 개선을 위한 금융감독방향 개편 등 현안이 논의됐다.

고 위원장이 6대 금융협회장과 회동을 마치면 금융위원장 취임 뒤 약 2주 만에 주요 관계자들과 모두 상견례가 마무리되는 만큼 금융정책방향 수립과 실행에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가 추석연휴 전에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정상화 계획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고 위원장이 금융권과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도입한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조치는 2020년 4월부터 1년 동안 적용된 뒤 올해 9월 말까지 추가로 연장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간접적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금융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데 올해 7월 기준으로 모두 210조 원이 넘는 대규모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가 이뤄졌다.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된 차주들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영업에 차질을 겪고 있어 연말 또는 그 이후까지 대출 만기연장 등 지원이 더 연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 회장을 포함한 민간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출 만기연장이 장기화될수록 나중에 대규모 대출 부실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을 포함한 주요 금융협회장들도 민간 금융회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고 위원장과 간담회에서 금융지원조치를 예정대로 9월에 끝내야 한다는 의견을 낼 공산이 크다.

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에 오르기 전부터 정부가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정책을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시각을 보여 왔다.

따라서 민간 금융권의 의견과 같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이 밀린 부채를 상환하도록 하는 대출 연착륙을 주도해 가계부채 잔액을 줄이고 대출부실 리스크를 줄이는 데 힘을 실을 수 있다.

고 위원장이 금융협회장들의 의견까지 수렴해 결국 9월 말 대출 만기연장조치 종료를 공식화하고 대출규제 강화 등 후속조치에 더 집중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금융협회장들이 만나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추석연휴 전에 대출 만기연장조치 지속 여부를 확정해 발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유예조치가 마무리되면 수많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차주가 한꺼번에 상환부담을 안게 돼 대규모 대출부실사태 등 일시적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고 위원장은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단과 금융협회장들에게 민간 금융회사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산 건전성과 대비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와 금융협회들도 고 위원장과 간담회 자리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놓을 수 있다.

은행연합회는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 및 가상화폐거래소 규제과 관련해 금융당국에서 은행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의 핀테크사업 진출 지원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저축은행중앙회도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한 헬스케어 규제완화, 보험료 간편청구서비스 도입, 중금리대출 규제완화 등을 금융당국에 요청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 회장들도 고 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이미 다양한 금융규제체계 개선방안을 건의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회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규제 완화를 통한 지원도 강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민간 금융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중장기 금융정책 방향에 반영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이 이른 시일에 강력한 대출규제 도입을 앞두고 있어 민간 금융권의 적극적 협조를 필요로 하는 만큼 규제 개선과 같은 금융권의 요구사항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겪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이른 시일에 안정화될 수 있을지는 결국 고 위원장이 앞으로 민간 금융권과 원만한 소통을 계속 이어가는지에 달려 있다.

고 위원장은 금융지주사 회장단과 간담회에서 "금융시장 안정과 건전성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는 시장참여자들과 충분한 소통 및 협의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