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어떤 마음으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을까?

아예 남양유업 지분을 팔지 않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오늘Who] 남양유업 다시 팔겠다는 홍원식, 마음은 계속 소유 쪽인가

▲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1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깨더라도 큰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소송전으로 가더라도 크게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인수합병(M&A) 거래에서는 전체 거래대금의 10% 정도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계약이 일방적으로 깨졌을 때는 계약금의 1~2배를 위약금으로 지급한다.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합의하면 계약금 없이 거래를 진행할 수도 있다.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도 남양유업 주식 매매계약을 맺을 때 계약금 없이 거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계약 해지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았다면 홍 전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물어줘야 할 돈이 계약상으로는 없을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 관련 분쟁이 해결되기 전까지 회사를 매각할 길이 사실상 막힌 만큼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도 뒤로 미뤄지게 됐다.

홍 전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계약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무산되었고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라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돼 송구스럽다”며 “매수인(한앤컴퍼니)과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진행할 테니 실망 말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대신 매각을 미루는 쪽을 선택할 만큼 나름의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어렵다.

홍 전 회장은 일사천리로 회사 매각을 결정했던 것과는 달리 정작 매각 과정에서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각 결정을 너무 빨리 내린 탓에 계약을 맺은 뒤에야 여러 생각이 떠올랐고 후회가 점점 커지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홍 전 회장은 1977년 입사해 남양유업에 50년 가까이 몸을 담았으면서도 회사를 다른 사람 손에 넘기겠다고 결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홍 전 회장은 5월4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5월27일 한앤컴퍼니와 주식 양수도계약(SPA)을 맺었다.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나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에도 회사에 거의 매일 출근한 점 등에 비춰볼 때 회사를 향한 애착도 남다르다.

홍 전 회장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을 수 있다는 시선도 투자은행업계에서 나온다.

매각계약을 섣부르게 추진하면서 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작성한 데 후회가 커 매각가격을 좀 더 올려받으려고 압박카드로 해제를 통보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소송전에서 홍 전 회장이 이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거래내용이나 거래이행 여부 등을 차치하더라도 주식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놓고서도 한앤컴퍼니와 홍 전 회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법원은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다.

한앤컴퍼니는 8월23일 법원에 5월27일에 체결된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보유주식 매매계약과 관련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외 1인의 전자등록주식 처분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일 이를 인용했다.

홍 전 회장은 이와 관련해 계약해제 이전에 신청된 것으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