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재무 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에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도움을 줄까?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도 화물사업으로 실적에서 선방하고 있고 유상증자가 흥행한 데다 유휴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으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자산매각에 자금 숨통 트여, 진에어 유상증자에 힘 보탤까

▲ 대한항공 항공기.


2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르면 올해 안에 송현동 부지 매각대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다가 올해 3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토지를 매수하고 이를 서울시가 보유한 시유지 가운데 한 곳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송현동 토지와 매각가격이 비슷하면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원하는 부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아 매각이 지연됐는데 서울시가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를 송현동 부지와 맞교환할 토지로 정하면서 매각작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이르면 9월 송현동 부지 감정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감정평가가 끝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면적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양도하고 그 대금을 대한항공에 지급한다.

교환계약은 서울시의회 의결 등을 거쳐 11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계약 체결일로부터 두 달 안에 매각대금의 85%를 지급하고 소유권을 이전할 때 나머지 15%도 지급해야 해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매각대금을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왕산레저개발 매각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올해가 지나면 대한항공은 유동성 문제가 더욱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왕산레저개발 매각규모는 대략 1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93%로 지난해 말 634%와 비교해 341%포인트 낮아졌다.

대한항공의 재무체력이 더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시선도 항공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조645억 원 보유하고 있다. 이자비용과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만 분기별로 3738억 원을 지출하지만 화물사업 호황으로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200억~300억 원을 출자하는 일은 대한항공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0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데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진에어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에게는 국제선 운항이 수익성의 핵심인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언제 국제선 여객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최근 영구채 750억 원을 발행했는데 200억 원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증권사가 떠안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된 뒤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자회사로 두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확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를 통합하고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를 통합한 뒤 ‘오너일가→한진칼→통합 대형항공사→통합 저비용항공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한항공이 진에어의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진에어는 이번 유상증자 때 신주를 720만 주 발행하는데 대한항공이 300억 원을 출자한다고 하면 예정 발행가액(1만5050원)을 기준으로 지분 3.8%(200만 주)를 확보하면서 4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