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현금 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자회사 두산밥캣을 끝까지 팔지 않고 채권단과 약속한 3조 원 자구계획안을 이행할 수 있을까?

두산중공업은 자체사업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가스터빈이나 풍력터빈, 액화수소플랜트 등 친환경에너지사업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기 전까지 두산밥캣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으로 버텨내야 한다.
 
두산중공업에게 두산밥캣은 꼭 필요해, 매각에서 자유 아직 장담 못해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지분과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자구계획안을 이행하려면 두산밥캣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이 두산의 알짜사업부문으로 꼽히는 산업차량BG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차량BG는 두산그룹의 사업형 지주사인 두산의 지게차사업부문이다. 2017년 매출 7861억 원에서 2019년 9127억 원까지 꾸준히 외형이 커지면서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6~8%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주로 판매된 산업차량BG의 지게차사업이 두산밥캣의 미국 시장 네트워크와 상표 등을 이용해 해외까지 진출한다면 사업의 외형이 성장하며 기업가치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산업차량BG는 국내 지게차시장에서 점유율 52%를 차지해 1위에 올라있지만 해외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며 “해외에서 성장이 필요한데 소형건설장비를 판매하는 두산밥캣은 미주와 유럽에서 90%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어 시너지가 클 것이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이 산업차량BG를 인수해 실적과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두산중공업에도 도움이 된다.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두산밥캣을 거느린 투자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하고 사업회사만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이 두산중공업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뀌면 두산밥캣이 실시한 배당을 두산중공업이 바로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재무적 상황으로 여러 해 동안 두산밥캣으로부터 끌어올린 배당을 두산중공업에 전달하지 못했다. 

두산밥캣은 2019년 말 기준 두산그룹에서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다음 3번째로 영업이익을 많이 올리는 회사인 만큼 두산중공업에 실시할 배당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 두산중공업에게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앞으로 친환경에너지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두산밥캣은 가스터빈과 풍력터빈, 액화수소플랜트 등 친환경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두산중공업에서도 두산밥캣을 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산중공업이 두산밥캣을 매각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4.97%를 8500억 원에 매각한다고 계약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사모펀드 보유지분 20%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 20%를 2천억 원으로 상정한 뒤 이를 포함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최종 매각가격을 8500억 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해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 20%를 얼마에 팔게 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가격이 2천억 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양해각서를 맺으며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를 놓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자체 자금조달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현대중공업지주가 분담할 금액을 두산중공업이 부담한다’는 특별 면책조항을 뒀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가격이 2천억 원을 웃돌게 되면 분담할 금액이 추가돼 사실상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 마련이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두산그룹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팔 수 있는 매물로는 사실상 두산밥캣밖에 없다. 

두산의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등은 아직 사업이 본격화되지 않아 3곳 모두 2019년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계열사인 두산퓨얼셀 등은 친환경에너지사업과 직결되어서 매각할 수 없다. 그마나 두산밥캣이 소형건설장비를 판매하는 회사로 친환경에너지사업과 가장 거리가 멀어 매각대상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관련 동반매도청구권 규모에 따라 두산중공업이 부담해야 할 규모가 다소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3조 원의 자구안을 달성하기 위해 두산밥캣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제외하고 2조2400억 원을 마련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통해 8500억 원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다면 자구안 3조 원 마련에 근접할 수 있지만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 20%의 가격이 애초 추산금액에서 넘어가더라도 추가 자금 확보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지주가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 20% 가치를 2천억 원가량으로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1년 기업공개를 전제로 재무적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 20%를 인수한 가격인 3800억 원과 크게 차이가 나는 금액이다. 재무적투자자들은 인수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매각금액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매각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산업차량BG를 넘겨 기업가치를 높여 두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시선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