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이강래 김형근에게 공기업은 정계복귀 위한 정거장인가

▲ (왼쪽부터)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형근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공기업 수장들이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공기업마다 제도 개편, 안전관리, 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으로도 영향이 큰 현안을 안고 있지만 당분간 수장 공석으로 중요 사안들의 결정은 미뤄지게 됐다.

3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이사장 및 사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이강래 전 도로공사 사장, 김형근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이 21대 총선에 나가기 위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세 기관 모두 큰 현안들을 안고 있지만 후임수장이 임명될 때까지는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네 가지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주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주기를 원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실제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공단을 떠나면서 국민연금 개편 과제는 모두 복지부에서 맡게 됐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 이사장에게 “그동안 국민연금 개편을 논의했는데도 단일안이 안 나왔으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최대한 빨리 단일안을 만들어서 국회에 제출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한 데 따라 2020년 상반기까지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채워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로 한 만큼 경영계의 반발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 등을 아우르는 역할도 필요하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는 일상업무의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정책을 처음 시도하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수장이 없는 국민연금공단이 자체적으로 과감하게 관련 업무를 추진하는 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가스안전공사도 가스안전 점검 내실화 등 과제를 안고 있지만 김형근 전 사장은 2일 총선출마를 이유로 가스안전공사를 떠났다.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가스사고는 700건 발생했고 이 가운데 가스안전공사가 검사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180건으로 25.7%를 차지했다. 고압가스사고만 90건 발생했는데 그 가운데 가스안전공사가 검사를 마친 곳에서 발생한 사고가 64건으로 71.1%에 이르렀다.

가스안전의 획기적 시스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사장 직무대행이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강래 전 도로공사 사장도 2019년 12월 사직서를 내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도로공사는 도로요금 수납원 1500여 명의 직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도로공사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전 사장이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과 협의로 문제를 풀지 않고 소송전으로 대립만 격화해 놓은 채 무책임하게 도로공사 사장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로요금 수납원을 직접고용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원칙만 세워놓았지 갑자기 직원이 늘어나는 힘든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 직원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풀어야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도로공사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러한 의사결정을 사장 공백에서 내리기 쉽지 않다.

정치인 출신들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되면서 공공기관 현안에 책임지기 보다는 정계복귀가 우선시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성주 이사장은 19대 국회의원, 이강래 전 사장은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김형근 전 사장은 2010년 충청북도 도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일했다. 

더구나 임기를 1년이상 남기고 아무런 대책없이 사직을 했으니 해당 공기업들은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당장 새로운 사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총선이 끝난 뒤에나 후임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으로 나오고 있어 업무차질이 심각해 질 수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수장 공백으로 공공기관 운영에 혼란을 빚은 사례도 있다.

박완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015년 말 20대 총선에 대비해 사퇴한 직후 인천공항에서는 그해 12월 수하물 대란으로 처리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 2015년 12월3일 인천공항에 17만3천여 명의 이용객이 몰렸고 수하물 시설이 과부하해 159편의 비행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선거철에 정치인 출신 공공기관장들의 중도사퇴는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조직 장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면 기관장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도 없고 기관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