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LCD(액정 디스플레이) 공장 인수를 추진하면서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도 애플에 LCD 스마트폰용 패널을 계속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플이 스마트폰 패널에서 점차 올레드(OLED, 유기발광 다이오드)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LCD패널이 적용된 스마트폰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 일감을 잃을 걱정을 덜고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경쟁력을 확보할 시간도 벌게 됐다.
 
LG디스플레이, 애플의 LCD 투자로 중소형 올레드 키울 시간 더 벌어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최근 재팬디스플레이(JDI)의 스마트폰용 LCD패널 공장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내년에도 LCD패널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계속 출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팬디스플레이는 경영난으로 최근 가동을 멈춘 일본 하쿠산 공장을 애플과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폭스콘은 애플의 LCD패널 공급사인 샤프를 소유하고 있다.
 
당초 설비만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교섭 과정에서 공장 매각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애플이 LCD 투자에 의욕을 보이면서 LG디스플레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애플에 LCD패널을 계속 공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샤프 및 재팬디스플레이와 함께 아이폰에 LCD 패널을 납품해 왔다. 하지만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LCD 비중을 점점 줄이면서 일감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초에 애플은 2020년부터 모든 스마트폰 모델에서 LCD를 아예 배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팬디스플레이의 LCD 공장 인수를 추진하면서 애플이 당분간 LCD패널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애플인사이더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2020년 출시되는 ‘아이폰12 4G’, ‘아이폰SE2’ 등에 LCD 패널을 탑재하기로 했다.
 
애플이 부품 확보처의 다변화에 노력하고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애플에 중소형 올레드 패널 납품에 성공해 기술력을 증명한 점 등을 고려하면 LG디스플레이는 내년에도 LCD 공급사 위치를 지킬 공산이 크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아이폰의 LCD패널 공급 여부를 놓고 애플과 협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가 수주하는 LCD패널 규모는 애플이 LCD 아이폰을 내놓는 시기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팬디스플레이는 2020년 3월까지 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그 이전에 LCD 아이폰이 출시된다면 패널 물량은 LG디스플레이 및 샤프로 쏠릴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LCD패널을 공급하게 되면서 중소형 올레드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게 됐다.

하지만 애플이 재팬디스플레이의 LCD 공장을 중소형 올레드로 전환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시간이 많지는 않다. 재팬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서 LG디스플레이의 새 경쟁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중소형 올레드를 독점적으로 납품해온 가운데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새로운 공급사로 선정됐다. 아직 수율(생산품 대 양품 비율)을 안정화하는 과제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애플이 재팬디스플레이 지원에 무게를 싣는 점을 고려하면 재팬디스플레이가 올레드 전환과 함께 새 공급사로 선정될 수도 있다. 

애플은 중국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해 재팬디스플레이에 현재까지 2조 원가량 지원을 제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이런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LCD 라인을 점차 올레드 라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IT매체 맥매거진은 “재팬디스플레이는 2년 안에 최초의 올레드패널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은 공급사를 다양화하기 위해 재팬디스플레이를 유지하기 바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