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인수합병 경쟁, 삼성전자에 시선몰려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6월18일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신경망처리장치(NPU) 사업 육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조 단위 규모의 인수합병이 시작됐다.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키 플레이어'들이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시스템 반도체 1위 도약을 위한 핵심분야로 인공지능 반도체를 꼽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조만간 대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삼성전자도 이 분야 기술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외국언론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이스라엘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엔비디아는 앞서 3월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는데 연내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반도체(AI칩)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인간의 뇌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사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NPU 분야 연구개발인력을 현재의 10배 이상인 2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2016년 투자한 그래프코어가 11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공지능 반도체를 납품하기로 하는 등 이 분야에서 일부 투자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인텔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 움직임은 아직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 반도체업계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시작된 만큼 삼성전자도 대응책 마련에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8일부터 20일까지 김기남 부회장 주재로 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한다. 경쟁 회사들이 과감하게 대형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인수합병 전략도 논의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의 인수합병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1위 도약 이전에 이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전략이다.

심은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AI&SW센터장은 10월 열린 한국전자전 기조연설에서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몇 년 안에 인수합병을 통한 업계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심 센터장은 “인공지능 반도체는 상당히 큰 사업이 될 잠재력이 있다”며 “수 년 안에 합병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합병된 시장에서 한국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강인엽 사장과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도 인수합병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강 사장은 6월 신경망처리장치(NPU) 육성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전략적으로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 위주로 인수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대형 인수합병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남 부회장 역시 10월 시스템반도체 분야 인수합병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조 원을 투입한 하만 인수합병으로 전략사업인 전장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가 있다. 현금보유액이 100조 원에 이르는 등 자금여력도 충분하다.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인수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하만 이후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으면서 인수합병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결론이 2020년 나오면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행보에 다시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