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의 ‘뉴(NEW) ICT’, SK텔레콤 주가 결정할 핵심 요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의 머리 속에 과연 무엇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을까? 

아마 ‘뉴 ICT기업’과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이 가장 큰 두 가지 덩어리일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대표적 ‘경기 방어주’로 불린다. 모든 국민들에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돼버린 통신업의 특성 때문에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은 통신업 1위사업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들보다도 더 실적이 안정적이고 주가 역시 마찬가지다. 

박 사장이 예전부터 SK텔레콤이 나아길 길은 본업인 통신분야 뿐 아니라 통신을 활용한 새로운 신사업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던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본업이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 SK텔레콤의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안, 미디어, 커머스 등 SK텔레콤의 ‘비통신사업’들은 그동안 투자단계에 있었지만 최근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TV(IPTV)업체와 케이블TV업체 사이 인수합병과 관련해 전향적 판단을 내린 데 힘입어 한동안 주춤했던 통신주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박 사장의 뉴 ICT 구상이 뜻대로 진행된다면 SK텔레콤의 주가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중간지주사 전환’, 박정호 다음 임기의 과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역시 SK텔레콤의 향후 주가를 결정지을 커다란 변수 가운데 하나다.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SK텔레콤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되고 투자회사가 SK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게 되거나 지주사 SK와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기대감 등이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월1일 SK가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을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SK텔레콤 투자회사와 SK를 합병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방법이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지배구조 개편 방법이 나와있지 않은 상황이라 이 문제가 정확히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두고봐야 할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도 현재 조금 약화돼 있다.

중간지주사 전환의 주목적은 매년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는 SK하이닉스의 현금을 인수합병 등에 활용하기 위함인데 현재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아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업황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시장에서 활약하기가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중간지주사 전환을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으로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시선이 몰리면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최근 SK그룹 연말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는데 중간지주사 전환은 박 사장이 맞이한 새 임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반등하기 시작한 SK텔레콤 주가, 박정호의 ‘비통신부문 육성’ 효과 봤다 

SK텔레콤 주가는 박정호 사장 취임 직후와 지금을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박 사장의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2일 22만5천 원이었던 주가는 2019년 12월9일 종가 기준 23만9천 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026.16에서 2088.65로 상승했다. SK텔레콤 주가는 코스피 지수와 비교해도 약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닌 셈이다. 

같은 기간 경쟁사 KT 주가는 9.7% 하락했고, LG유플러스 주가는 17.9% 상승했다. 

상승률에서는 LG유플러스에 밀리기는 하지만 1위 사업자와 3위 사업자를 상승률만으로 단순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주가는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된 5G통신 마케팅 경쟁 심화로 한동안 22만 원 후반 대에서 23만 원 초반 대를 맴돌았는데 최근 조금씩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주가 반등에는 박 사장의 ‘뉴 ICT’전략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통신부문의 실적 호조로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경쟁사 KT, LG유플러스와 비교하면 SK텔레콤은 3분기에 매우 양호한 실적을 냈다. SK텔레콤은 2019년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줄어든 영업이익을 냈는데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각각 15.4%, 31.7%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도 3분기 SK텔레콤 실적을 두고 “강화된 ICT 포트폴리오의 효과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비통신부문 자회사들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박정호, 여러 분야에 관심보이며 '신사업' 뽑아내는 CEO

박정호 사장은 통신사업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업에 두루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합병에도 능숙하고 추진력도 강하기 때문에 SK그룹의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SK하이닉스 인수는 박 사장의 인수합병 성과 가운데 가장 눈부신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나 ‘뉴 ICT기업’ 전환 등에서도 박 사장의 이런 면들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에 강하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사업이 미래에 가치가 있는지 잡아내는 ‘신사업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사장은 SK그룹의 신규사업부문장, 사업개발부문장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신사업을 개발하는 요직을 두루 거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