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전기차배터리사업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LG화학은 늘어나는 전기차배터리 수주잔고를 소화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배터리소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양극재의 핵심소재인 니켈과 코발트 생산공장의 구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Who] 신학철, LG화학 배터리소재 확보 위해 인도네시아 주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사업 투자를 논의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고위 관계자들을 배석하고 만난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 가운데 LG화학도 포함됐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LG화학이 니켈과 코발트 생산공장을 인도네시아에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완성차회사는 물론 업계 라이벌인 중국 CATL과도 손을 잡고 40억 달러(4조7천억 원가량)를 투자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인도네시아에 공장 건설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LG화학 관계자는 “신학철 부회장은 조코위 대통령을 만나러 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측에서 누가 가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G화학의 다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배터리 재료공장도 이야기가 나온 일은 있지만 세부적 내용은 진행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신 부회장이 인도네시아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가 2019년 1분기 말 기준 110조 원으로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막대한 수주잔고를 소화하기 위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는데 올해 말이면 생산능력이 70GWh, 내년 말이면 100G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생산능력을 늘리려면 배터리소재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는 현재 전기차배터리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의 NCM양극재(니켈, 코발트, 망간을 배합해 만든 양극재)의 핵심소재로 수급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니켈은 NCM양극재를 이루는 세 광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쓰이는 광물로 배터리의 출력을 담당한다. 최근 배터리 출력을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배터리’가 점차 대중화되며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또 코발트는 NCM양극재의 세 광물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로 쓰이지만 배터리의 안정성을 잡아주는 광물이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내전 탓에 채굴이 어려워져 배터리회사들은 코발트의 안정적 확보처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재료공장은 신 부회장의 배터리 재료 수급과 관련한 고민을 덜어 줄 수 있는 선택지로 꼽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글로벌 니켈 생산량 230만 톤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24.3%에 이르는 56만 톤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는 나미비아, 미국, 캐나다와 함께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 채굴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한 대체 확보처로 각광받고 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성장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회사)과 협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특히 LG화학은 배터리 양극재를 전량 외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재료 확보처를 마련하는 일은 배터리사업의 생명선을 구축하는 것과도 같다.

앞서 15일 신 부회장은 LG화학 배터리사업의 협력사를 직접 방문해 “전기차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릴 정도로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한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LG화학이 세계 배터리시장을 제패하기 위해서는 소·부·장과 상생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