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LNG발전사업 진출을 위해 보여준 집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또 다시 보여줄까?

8일 증권업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도전장을 던진 것과 관련해 시장은 이른바 ‘승자의 저주’ 같은 불안한 시선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도 '집념' 보여주나

▲ 정몽규 HDC그룹 회장.


6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전날과 같은 3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소식이 전해진 3일 전날보다 9.43% 하락한 뒤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떨어졌으며 6일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증권업계 역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이후 불확실성 확대를 지적하는 다수의 보고서를 내며 기대보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일 “HDC현대산업개발을 연초부터 건설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변수가 생겼다”며 “입찰 경과를 지켜본 뒤 투자의견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당분간은 투자의견 ‘중립(HOLD)’ 이하 흐름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완주를 확신할 수 없다며 벌써부터 유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그동안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보여준 의지를 볼 때 이번 인수전을 그 어느 때보다 단단히 준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오른 뒤 20년 동안 레저, 면세, 스포츠 등으로 지속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HDC그룹을 자산 10조 원의 대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정 회장의 사업 다각화를 향한 의지는 통영LNG발전사업 진출과정에서 잘 볼 수 있다.

통영LNG발전사업은 사업비 1조4천억 원을 들여 경남 통영 성동조산해양 부지에 발전용량 1012MW(메가와트)급 LNG발전소와 LNG저장탱크를 짓고 운영하는 민자발전사업으로 HDC그룹은 현재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이 내년 통영LNG발전사업의 첫 삽을 뜬다면 2013년 사업권을 따낸 뒤 7년 만에 착공을 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SK그룹과 GS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민간 LNG발전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2013년 통영LNG발전사업에 뛰어들어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 발전소 용지 매입지연 등으로 더디게 진행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5월 정해진 기간 안에 발전소사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며 사업면허를 취소했다.

시장에서는 사업면허가 취소된 만큼 HDC그룹의 통영LNG발전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봤으나 정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발전사업허가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1심, 2심에 이어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사업권을 다시 되찾았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도 '집념' 보여주나

▲ 통영LNG발전소 조감도.


HDC그룹 관계자는 “LNG사업은 그룹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해온 정몽규 회장 의지의 결실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LNG연료 직도입 등 경쟁력을 통해 국내 발전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에게 사업 다각화는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다.

HDC그룹은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 주택사업은 장기적 공급 감소로 불확실성이 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정 회장이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는 데는 HDC그룹을 과거 현대그룹에 버금가는 기업집단으로 키우고자 하는 개인적 꿈이 녹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를 설립해 키운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아들로 1999년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낼 당시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빼앗기다시피 넘겨주고 현대산업개발만을 안고 현대그룹을 떠났다.

정 회장은 HDC그룹 지주사인 HDC 홈페이지를 통해 “HDC는 금융투자, 부동산 개발, 사회간접자본, 기술첨단소재,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중장기적 투자를 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융복합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투자의 기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