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의 재무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

신 사장은 올해 하반기 재무구조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CJ제일제당 재무구조 개선 압박, 신현재 자산 매각할까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사장.


30일 식품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 사장은 하반기에 유휴자산 유동화 등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연이은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6월 말 기준 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은 11조1천억 원에 이른다. 2018년 말 7조7천억 원에서 6개월 만에 3조4천억 원이 증가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신 사장도 현재 CJ제일제당의 차입금 규모가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신 사장은 올해 상반기 차입금 부담을 덜기 위해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 인수지분을 80%에서 70%로 줄였다. 또 재무적투자자(FI)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게 슈완스 지분 19% 넘기고 3800억 원을 수혈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조치로는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된다. 슈완스 인수와 관련한 상각비용은 하반기에만 300억 원, 2020년에는 400억 원, 2021~2012년에는 각각 200억 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CJ제일제당은 본업인 가공식품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이런 비용은 체감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신 사장은 당초 하반기에 진천공장 10개 라인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2020년으로 미뤘다. 진천 식품통합기지는 2021년까지 약 9천억 원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결국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방법이 최선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 사장이 당장 매각할 수 있는 CJ제일제당의 유휴자산은 강서구 가양동 부지와 영등포 제분공장이다. 가양동 부지는 약 6천억~8천억 원, 영등포 제분공장은 2천억 원의 시장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양동 부지 등은 오래전부터 매각설이 나오던 땅이다. 하지만 부지를 직접 개발해 아파트와 업무시설을 건설해 분양하면 훨씬 많은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그동안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한 만큼 가양동 부지를 올해 안에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이 1년 내에 상환 또는 차환해야 하는 금액은 약 5조 원에 이른다.

정소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양동 부지는 개발계획 승인시한이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어 연내 매각은 순조롭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약 7천억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생물자원부문도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실적이 좋지 않아 올해 매각하기에는 쉽지 않다.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 안정화는 신 사장의 경영능력 평가에도 매우 중요하다.

신 사장은 2017년 11월 사장 승진과 함께 CJ제일제당 대표이사에 선임됐는데 2018년 슈완스 인수를 과감히 추진해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인수에 따른 차입금 문제를 해결하고 실적도 늘어나는 결과가 나와야 슈완스 인수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조정표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글로벌사업 확장을 통해 경쟁자를 크게 압도하겠다는 CJ그룹의 ‘초격차’ 전략은 유효하다”며 “다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인수합병에 따른 차입금 증가 폭 만큼 이익창출 능력의 확대가 동반되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