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업계를 중심으로 LCD패널 생산 증설이 가속화되면서 삼성SDI가 공급하는 LCD용 편광필름 소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편광필름을 포함한 전자재료사업이 삼성SDI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잡으면서 IT업황 침체와 전기차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배터리사업 실적 정체를 만회하고 있다.
 
삼성SDI, 디스플레이 소재의 중국공급 호조로 배터리사업 정체 만회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25일 시장 조사기관 IHS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LCD공장 증설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60인치 이상 대형 LCD패널 1분기 출하량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약 12배로 급증했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3.6%에서 33.9%로 10배 가까운 상승폭을 나타냈다.

BOE와 차이나스타, CEC판다 등 상위 디스플레이업체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건설한 대규모 LCD 생산공장이 순차적으로 가동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새 공장 건설이 아직도 진행중이라 중국의 LCD 생산 능력이 올해 27.6%, 내년에는 22%에 이르는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세계 LCD시장은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는 공장 가동률을 유지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패널 생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중국의 물량공세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패널업체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반면 중국에 LCD패널 관련된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은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중국 패널업체를 LCD 핵심소재인 편광필름의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SDI가 수혜를 보고 있다.

편광필름은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으로 LCD패널 생산 원가에서 약 10%를 차지하는 중요한 디스플레이 소재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LCD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자연히 삼성SDI의 편광필름 수요도 늘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편광필름 생산면적은 4529만㎡로 2018년 상반기보다 13%, 2017년 상반기보다 64% 늘었다. 공장 가동률도 같은 기간 73%에서 95%로 높아졌다.

IT제품 비수기인 상반기에도 LCD 편광필름 수요 급증에 따라 공장을 최대 수준으로 가동한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업체의 증설로 LCD패널용 편광필름 수요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삼성SDI의 제품은 원가 경쟁력과 내구성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상반기에 소형과 중대형 배터리사업에서 본 영업이익은 106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약 9% 줄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IT기기의 수요 침체로 배터리 수요가 줄었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중대형 배터리시장도 예상보다 늦은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편광필름을 포함한 전자재료부문 상반기 영업이익은 17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56% 늘었다.

삼성SDI의 본업인 배터리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때까지 전자재료사업이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하면서 전체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는 세계 전기차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중대형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최근 수년 동안 중대형 배터리 생산공장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벌이며 사업 확대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자동차 환경규제 완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세계 경기침체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고 있다. 
 
삼성SDI, 디스플레이 소재의 중국공급 호조로 배터리사업 정체 만회

▲ 삼성SDI의 LCD패널용 편광필름 설명그림.


편광필름을 중심으로 한 전자재료사업이 지금과 같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낸다면 삼성SDI가 배터리사업에서 일시적으로 겪고 있는 ‘보릿고개’를 극복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고객사가 중국에 밀려 LCD 생산을 축소하는 점은 부정적이지만 중국 패널업체의 증설규모가 이를 뛰어넘으면서 삼성SDI의 편광필름 수요 증가에 계속 기여하고 있다.

BOE 등 중국 패널업체가 올레드시장에 본격 진출을 노려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SDI가 올레드 편광필름과 발광소재 등 올레드패널용 전자재료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오랜 거래를 통해 독보적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소재 수요 증가에 수혜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LCD와 올레드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소재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삼성SDI는 다양한 올레드용 소재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