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 생존 위해 친환경 전도사로 변신

▲ SK이노베이션 친환경 캠페인 '아.그.위.그. 시즌2' 홍보 영상 캡쳐본.

"최근 2년 동안 업계에 떠오르는 화두는 친환경 문제이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에너지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5월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친환경 가치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김 총괄사장은 사회적 가치에 '그린'을 더해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기업이미지를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김 총괄사장은 취임 이후 기업의 무게중심을 정유사업에서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초경량 자동차 소재 등 친환경사업으로 옮기고 있는데 환경부와 친환경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사내 환경 캠페인에 직접 출연하는 등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23일 SK이노베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괄사장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계열사 사장단 7명이 사내 친환경 캠페인 영상에 출연했다. 

김 총괄사장은 이 영상에서 주연을 맡아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아.그.위.그. 캠페인(I Green We Green 캠페인)'을 홍보했다. 

이 캠페인은 ‘나의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우리가 속한 환경을 푸른 빛으로 만들자’는 뜻으로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페이퍼 타올을 아껴서 1회용 물품 사용을 줄이자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21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에는 “CEO들이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참여하는 영상으로 이런 기업문화가 부럽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호응이 있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유튜브 영상에 CEO들이 다수 출연한 것은 처음”이라며 “환경보호는 생활 속 가벼운 실천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을 CEO들이 친근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보여줘 사내외적으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 총괄사장을 포함해 CEO들이 친환경 캠페인 영상에 직접 출연한 것은 그만큼 기업차원에서 친환경 가치 확보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괄사장은 올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의 성장전략에 글로벌 진출과 기술경쟁력이란 두 축 외에 사회적가치(SV) 추구, ‘그린’이라는 축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의 맥락에서 SK이노베이션은 그린밸런스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단위로 환원해 발표했는데 SK이노베이션의 환경가치는 적자 1조4천억 원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사업이 정유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이다보니 사회적 가치 중 특히 친환경 가치를 거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그룹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는 향후 기업평가에서 주요한 항목이 될 것이기에 SK그룹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가치 손실을 만회해야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김준,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 생존 위해 친환경 전도사로 변신

▲ SK이노베이션 친환경 캠페인 '아.그.위.그. 시즌2' 홍보 영상 캡쳐본.

김 사장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2043년까지 친환경 사업모델을 개발해서 환경가치 적자를 상쇄해 ‘그린 발란스’를 맞추겠다”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경영을 실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배터리, 소재, 화학 등 신성장 산업의 자산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5년까지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초경량 자동차 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주유소 유휴부지를 태양광 발전소로 활용하는 등 각 자회사의 사업특성에 맞춰 친환경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 중이고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IMO2020에 맞춰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도 건설 중이다. 감압잔사유탈황설비는 연료유의 황 함량을 0.5% 이하로 낮춘 친환경 연료유를 생산할 수 있다. 

올해 7월에는 환경부와 손잡고 ‘환경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대외적 협력을 통해 친환경 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김 총괄사장은 이런 친환경 가치경영을 통해 실질적 기업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그린론’으로 8천억 원을 조달했다. 그린론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고효율에너지 등 친환경 관련 분야로 용도가 제한된 대출 제도로 대출 이후에도 사용용도를 철저하게 점검한다.

그린론제도를 이용하면 글로벌 관련 기관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아 일반적 사업보다 유리한 금리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론으로 조달한 자금을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분리막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고농도로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인데 2020년 안에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폐배터리는 폐기했을 때 화학물질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재활용 방안을 통해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김 총괄사장은 유튜브 영상 촬영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친환경 가치를 사회적으로 전파할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 연계해서 성장동력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