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까지 대규모 투자지원을 확대하며 ‘반도체 굴기’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데 중국 반도체기업이 만만치 않은 새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도 거센 도전, 삼성전자 가는 길에 위협적

▲ 중국 상하이의 SMIC 본사.


22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SMIC는 연말까지 14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위탁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반도체 전문매체 어낸드테크는 “SMIC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은 중국의 첫 14나노 반도체 생산설비가 될 것”이라며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SMIC는 14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른 시일에 12나노와 10나노, 7나노 등 차기 미세공정 기술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14나노 시스템반도체 미세공정은 삼성전자가 2015년에 처음 상용화해 애플 아이폰용 프로세서와 삼성전자 자체 스마트폰 프로세서 등에 적용했던 기술이다.

중국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이 삼성전자와 비교해 4년 정도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14나노 미세공정은 삼성전자가 여전히 고객사의 시스템반도체 양산에 주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술인 만큼 중국 경쟁사의 시장 진입은 삼성전자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어낸드테크는 “SMIC의 14나노 기술 개발은 경쟁사보다 늦었지만 상위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중요한 기술적 성과”라며 “올해 초 완공한 새 공장에서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MIC는 최근 약 100억 달러(12조 원)을 들여 중국에 새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지었다. 현지 반도체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중국정부의 투자지원을 등에 업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CNBC는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SMIC와 같은 현지 반도체기업에 수조 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며 “SMIC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 경쟁사로 등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어낸드테크에 따르면 SMIC는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수율을 95% 안팎으로 달성했고 이미 화웨이와 퀄컴 등 대형 시스템반도체기업의 위탁생산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반도체공장 가동을 시작하자마자 위탁생산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사로 급부상할 공산이 크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는 1분기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해 5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대만 TSMC가 약 50%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는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MIC 등 후발업체들의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TSMC를 넘고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뒤 모두 133조 원을 들이는 대규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SMIC가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 위탁생산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키운다면 삼성전자가 성장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SMIC는 삼성전자의 최신 공정인 7나노 EUV(극자외선) 기술 추격을 위해 지난해 EUV장비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겨냥한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CNBC는 “SMIC와 위탁생산 선두기업의 기술격차가 갈수록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가 SMIC의 성장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도 거센 도전, 삼성전자 가는 길에 위협적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성공은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는 데 달려있다.

SMIC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위탁생산 수주에 도움을 받을 공산이 크고 대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도 높이고 있어  삼성전자를 위협할 경쟁사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최근 현지 반도체기업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34조 원 규모의 새 정부펀드를 조성하고 SMIC를 포함한 업체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성장목표를 이뤄내려면 계획된 투자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고 시스템반도체 고객사와 협력도 강화해야만 한다.

중국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두고 현지 반도체기업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