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LNG(액화천연가스)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주를 개척한다.

세계 최초의 LNG(액화천연가스)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계획이 추진되고 있는데 두 조선사는 모두 수주를 따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열릴 날 손꼽아

▲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왼쪽),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원유운반선에 LNG추진방식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초대형 원유운반선까지 확대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회사 쉘(Shell)은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용선계약 방식으로 발주하기 위해 선박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는 조선사들이 아직 거명조차 되지 않고 있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주전에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두 회사 관계자는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아직 열리지도 않은 시장”이라며 “발주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면 수주전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두 회사 관계자의 말대로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아직 건조된 적이 없다.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선주들은 LNG추진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유운반선에서는 아직 11만5천~15만 DWT(순수화물 적재톤수)의 수에즈막스(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형)급까지만 LNG추진엔진이 탑재되고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17만5천~30만 DWT의 원유운반선인데 이 규모부터는 가격이 비싼 LNG보다 저유황유를 연료로 쓰거나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를 설치해 황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연료비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모두 6월 글로벌 메이저 선급협회인 영국 로이드레지스터로부터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설계 기본승인(AIP)을 받으며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려왔다.

현대중공업이 승인받은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보조연료로 풍력 추진방식이 도입돼 연료를 5~7%가량 아낄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체 바닥면에 공기를 분사해 선체와 바닷물 사이의 마찰을 줄여 연료를 절감하는 ‘세이버에어’ 기술을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적용했다.

두 회사는 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는데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운반선을 중심으로 선단을 꾸리는 선박회사나 에너지회사들이 결국에는 스크러버가 아닌 LNG추진방식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나 극대형 원유운반선(ULCC, 30만 DWT 이상의 원유운반선)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에서 개방형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수를 그대로 방류하는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은 입항이 금지된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원유 무역의 중심지로 이곳에서 발생하는 원유와 정제유의 가격 차이가 ‘싱가포르 정제마진’으로 불리며 정유회사들의 수익성 지표가 될 정도로 중요한 곳이다. 푸자이라는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30%가량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주요 항구다.

개방형이 아닌 폐쇄형, 하이브리드형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도 점차 활용도가 제한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무역 거점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모든 종류의 스크러버 설치 선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 입항하지 못하는 원유운반선은 존재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쉘도 ‘뒤탈 없는 연료’ LNG를 활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이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 선박회사들이 연료비 효율을 들어 초대형 원유운반선 이상급의 원유운반선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건조가격은 1척당 각각 6150만 달러, 9250만 달러다.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2척의 가격이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보다 확연히 비쌀뿐더러 1회 운항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프랑스 화학회사 토탈도 중국 해운사 코스코(COSCO)와 손을 잡고 쉘보다 앞선 7월부터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국수국조 원칙(중국이 발주한 선박은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다는 원칙)을 감안하면 세계 최초의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건조해 인도하는 조선사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가운데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만이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설계승인을 받아놓았다.

중국 조선사들은 LNG추진엔진 관련 기술도 부족할 뿐더러 LNG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선급 인증조차 없어 설계 확보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