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확보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장기적 계약을 확보해 한숨을 돌렸다.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가격도 요동치고 있어 SK이노베이션은 서둘러 해외업체와 장기계약을 맺고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했다.   
 
전기차배터리 원재료 확보경쟁 치열, SK이노베이션 안정적 확보망 구축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7일 업계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인 니켈 가격이 상승하면서 배터리 원재료 확보 경쟁이 불붙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늘면서 원재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완성차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게다가 배터리 성능 개발로 니켈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는 코발트 품귀현상에 이은 니켈 품귀현상도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를 핵심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해외업체와 원재료 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 확보망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호주 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AM)와 황산코발트 및 황산니켈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SK이노베이션은 향후 7년 동안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가 퀸스랜드주에 소유한 광산에서 생산한 코발트와 니켈을 100% 구매한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2018년에도 중국 텐치리튬사와 2024년까지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맺는 등 해외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어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원재료 확보에 힘쓰는 것은 배터리 원재료의 가격 변동률이 커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2018년에는 코발트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코발트 가격은 2015년 1Kg당 24달러였으나 2018년 3월 1Kg 당 95.6달러까지 약 4배 가까이 뛰었다. 당시 세계 코발트 생산량 중 60%를 생산하던 콩고민주공화국이 내전에 시달리면서 코발트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치솟았다. 올해 들어 코발트 가격은 공급이 늘어나면서 8월 1Kg당 26달러 선까지 떨어지며 70% 이상 급락했다. 

반면 올해에는 니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니켈 가격은 올해 1월 1Kg당 약 10달러였으나 7월 1KG당 14.4달러까지 올랐다. 1월과 비교해 40%, 6월보다는 21.8% 올랐는데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치가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이 높아지는 추세라 니켈 가격은 당분간 상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의 원재료다.

양극재는 원재료 비율에 따라 NCM622, NCM811 등으로 구분된다. NCM622는 니켈,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6:2:2이며 NCM811은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8:1:1에 이른다. 니켈의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를 높여 한 번 충전에 더 많은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는 니켈 비중이 6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한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앞다퉈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어 니켈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발트 가격 안정화로 니켈 가격이 양극재 평균판매단가(ASP)를 결정하는 영향력이 더 커졌다”며 “장기적으로는 니켈이 2차전지산업에서 주요 원재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2030년에  16배 늘어나 180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3세대 전기차용으로 NCM811 양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인 NCM9½½을 연구개발 중이다. 안정적인 니켈 확보가 절실한 셈이다. 

또 2025년까지 연간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량을 확보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세계 3위안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도 안정적 원재로 확보가 필요하다.

완성차업체의 자체 배터리 생산 움직임도 늘고 있어 원재료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CNBC,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자동차 생산공장 인근 연구소에서 자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원재료인 니켈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호주 기업과 협업하는 등 배터리 원재료 확보를 위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 벤츠와 폴크스바겐도 자체 배터리 생산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원재료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해외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어 원재료 확보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배터리 판매가격은 원재료 가격과 연동되지만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완성차업체들의 수주를 늘리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 계약으로 니켈, 코발트 등 양극재 재료를 직접 확보해 협력업체에 제공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양극재는 협력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있어 직접 생산할 계획은 없다”며 “협력업체에 니켈, 코발트를 제공하고 완성된 양극재를 다시 공급받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