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럽 배터리공장 옆에 전지박 생산공장 지어 후발주자 극복 꾀해

▲ 두산의 헝가리 전지박 생산공장 착공 기념행사가 23일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 안의 공장 신축현장에서 동현수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에서 여섯 번 째), 시야르토 피터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두산그룹의 지주격인 두산이 유럽에 전지박(동막) 생산공장을 짓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시장에 뛰어든다. 

두산은 전지박사업의 후발주자이지만 유럽 전기차 생태계의 중심인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지어서 물류비 절감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입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두산에 따르면 2020년 완공되는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의 전지박 생산공장에서 연간 5만 톤의 전지박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전지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음극재를 지지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지박 수요가 2018년 7만5천 톤에서 2025년 97만 5천톤으로 연평균 40% 이상 늘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은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유럽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워서 부근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에 직접 납품하는 계획을 세웠다.

물류비를 절감하고 가격경쟁력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또 운송거리와 시간을 단축하면 제품 품질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동박은 물류시간이 길어지면 산화되기 쉽고 재고관리도 까다로워서 사업 초기부터 현지화 전략을 세웠다”며 “전기차 생태계가 갖춰진 유럽에 전지박 생산공장을 지어서 물류비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산화 걱정이 없어 품질경쟁력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전지박 생산공장 인근에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공장이 자리하고 있는 데다 가까운 독일과 폴란드에도 배터리공장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고객사 확보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헝가리에 7.5GWh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추가로 올해 2월 9GWh 규모의 헝가리 2공장도 착공했다. LG화학은 폴란드에 1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2년까지 70GWh 규모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헝가리에서 멀지 않은 독일이나 폴란드에도 배터리 공장의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최근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은 2025년까지 독일에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미국에 이어 독일에 기가팩토리를 짓는 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독일 벤츠와 폴크스바겐도 자체 배터리 생산을 검토 중이다. 벤츠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폴란드에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는 아직 전지박 생산공장이 없다는 점도 두산에게 유리한 요소다. 경쟁업체인 KCFT는 아직 국내에만 생산공장이 있고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와 말레이시아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두산은 진입장벽이 높은 전지박시장을 뚫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전지박은 구리를 얇게 펼수록 전지 효율이 좋으며 펼친 면이 고르거나 매끄럽지 않으면 품질이 떨어진다. 생산공정에서 고도의 기술을 요하고 고객사인 배터리 생산업체의 검증도 까다로워 신규업체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두산은 2014년 룩셈부르크의 동박 제조업체 서킷포일을 인수해 전지박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후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 생산기술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배터리의 고밀도화, 경량화를 위해 효율이 높은 하이엔드(Hi-end) 전지박 제품을 개발해 2020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전지박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코팅기술이 뛰어나서 전류를 더 잘 흐르게 하고 저항을 낮춰 배터리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샘플을 생산하고 배터리 제조업체와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소개했다. 

두산그룹 차원에서 소재사업을 인적분할해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두산은 올해 10월 두산을 존속법인으로 두고 소재사업을 맡는 두산솔루스와 연료전지사업을 맡는 두산퓨얼셀로 인적분할을 진행한다.

두산솔루스가 전지박, 올레드 등 전자소재 사업을 맡게 되는데 별도 상장을 통해 공장 증설과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설 상장되는 두산솔루스의 시가총액은 600억 원,  두산퓨얼셀의 시가총액은 1000억 원대에 불과하지만 두 회사를 합산한 시가총액의 상승여력은 4배 전후로 추정된다”며 “인적분할 이후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가치는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