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해양설비를 수주해 해양부문의 일감가뭄을 해소할 수 있을까?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멕시코만과 베트남에서 해상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셰브론의 조셉 지아지아 총괄부사장이 사장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셰브론 사장단 방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해양설비 수주 기대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왼쪽),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셰브론은 미국 멕시코만의 해양유전을 개발하는 앵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베트남의 해양 유전 개발사업인 블록B 프로젝트의 최대주주다.

지아지아 총괄부사장은 이날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방문해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과 회동했다.

업계에서 지아지아 총괄부사장과 업계 관계자의 만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셰브론이 추진하는 두 프로젝트의 설비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회사 관계자는 모두 “셰브론의 사장단은 정례적으로 방한해 한국 조선사의 경영진들을 만난다”며 “이번 방한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사장단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번 셰브론 사장단의 방문은 단순한 만남 차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 그레고리 셰브론PRC 사장이 지아지아 총괄부사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는데 셰브론PRC는 셰브론의 해양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자회사다.

현대중공업은 베트남의 블록B 프로젝트에 필요한 고정식 플랫폼의 수주를 노리고 있다. 발주규모는 8억 달러(9410억 원가량)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발주처인 베트남 푸꾸옥현이 최종 투자결정(FID)을 연기하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해양설비들의 발주를 연말로 미뤘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본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멕시코만의 앵커 프로젝트에 쓰일 반잠수식 원유시추선(Semi-Submersible FPU)의 선체(Hull, 선박의 하부구조)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발주규모는 4억 달러(4705억 원가량) 수준으로 전망된다.

그레고리 사장은 지난 5월 조선해양 전문매체 업스트림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선체를 맡는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수주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셰브론이 앵커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에너지분야 컨설팅 전문기관인 우드맥킨지는 “셰브론은 2019년 안에 앵커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앵커 프로젝트가 20년 동안 진행될 프로젝트이기에 셰브론도 최종 투자결정을 내리기 앞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해양부문 일감이 바닥날 위기에 놓여 있어 해양설비 수주가 절실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 해양부문 일감이 떨어지는데 이미 해양부문 노동자들의 순환 유급휴직과 계열사 및 조선부문으로의 전환배치를 실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2020년에 해양부문 일감이 사라진다.

게다가 두 회사는 올해 수주를 기대했던 대규모 해양 프로젝트들의 설비 수주가 무산돼 다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셰브론 사장단의 방문을 통해 해양설비 수주 계기를 만들고자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진행하는 해양유전 개발사업 마르잔 프로젝트의 1, 2, 4패키지 수주전에 발을 들였으나 모두 수주에 실패했다.

3개 패키지의 발주규모는 55억 달러(6조5천억 원가량)로 올해 발주가 예정됐던 해양 프로젝트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대우조선해양은 영국 로즈뱅크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발주처인 노르웨이의 에퀴노르가 최종 투자결정을 3년 뒤로 미루고 2022년 전면 재입찰을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