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구미시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산업을 육성해 경북도의 새 성장동력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한다.

경기도 등 이미 반도체산업의 강자로 꼽히는 지자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유인할 차별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사 이철우, 구미에 시스템반도체산업 육성 의욕 보여

이철우 경북도지사.


4일 경북도청에 따르면 이철우 도지사는 구미시 전자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미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로 시스템반도체산업을 선택하고 8월 안에 시스템반도체 육성방안 연구용역을 시행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구미시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장이 없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시장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구미시에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산업을 키우는 것이 가능한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대기업을 유치하지 않아도 반도체 설계기술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해 시스템반도체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지사의 자신감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의 차이에 근거를 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의 구조를 띤다. 따라서 거대 자본을 투입해 대규모 생산시설, 회로 집적화와 같은 생산기술 등 조건을 갖춰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메모리반도체는 단순히 데이터 저장에 쓰이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자동차,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제품과 용도에 따라 기능이 달라져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산업의 2018년 하반기 전망’에서 “시스템반도체산업은 소규모로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대기업보다 오히려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참여하기에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구미시는 경북도에서 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산업 육성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꼽힌다.

구미에는 반도체 핵심소재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 본사와 제조공장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함께 일해온 기존 전자산업 협력업체 3천여 곳과 그에 따른 인적자원도 구미시의 장점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 5단지도 조성되고 있어 따로 부지를 마련할 필요 없이 새로운 반도체 관련 업체 유치가 가능하다.

시스템반도체산업은 이 지사가 구미에서 육성하는 다양한 전자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현재 구미시를 중심으로 5G통신 실험장(테스트베드) 구축, 홀로그램 기술 개발, 스마트 가전사업,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 특별구역 등이 추진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육성사업을 통해 스마트제품 생산의 전 주기적 가치사슬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지사는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을 위한 산업 인프라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공동위탁 생산시설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설계기업들(팹리스)은 일반적으로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생산 전문업체(파운드리)에 맡겨 제품을 생산한다.

구미시에 위탁생산업체의 역할을 대신할 생산시설이 조성되면 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절감해 자본부담을 덜게 된다.

다만 이 지사가 반도체 설계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더 많은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대부분 경기도 등 수도권을 입지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에서 인적 자원의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구미시는 정주여건 측면에서 수도권과 비교해 기업을 유치할 요인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등록된 반도체 기업 252곳 가운데 162곳이 경기도에 터를 잡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초대형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구미시 대신 경기도 용인시를 선택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업계에서 수도권 등 외부의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을 구미시로 끌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있다”면서도 “그러나 연구용역을 통해 매력적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기업 유치성공을 위한 다양한 추진계획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