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경쟁사와 압도적 기술 격차를 벌리는 '초격차'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를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늘Who] 정은승,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기술격차 확보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16일 전자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대만 TSMC는 6월부터 EUV(극자외선) 기반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양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7나노 EUV 반도체를 양산하고 올해 4월부터 제품 출하를 계획중인 점과 비교하면 한참 늦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차기 공정인 6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5나노 반도체 공정 기술도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개발 완료 뒤 양산까지 추가로 거쳐야 할 단계가 있고 위탁생산사업 특성상 고객사와 협의도 필요해 정확한 양산 시점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반도체 공정 개발 뒤 양산까지 1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위탁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6나노와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총괄하는 정은승 사장에 매우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분야에서 경쟁사인 TSMC를 제치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SMC는 10나노와 7나노 등 반도체 위탁생산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서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나가면서 전 세계 위탁생산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체제를 지켜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공정 구현에 더 유리한 EUV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 발전속도가 다소 늦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TSMC가 뒤늦게 EUV 도입을 준비하고 삼성전자는 EUV기술을 갖춰낸 뒤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가 TSMC에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의 EUV 기술 확보로 자신을 찾은 만큼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과 반도체 생산라인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초격차 전략의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은 경쟁사와 기술 및 생산 능력에서 압도적 차이를 벌려 따라잡기 어려운 선두 지위를 확보한다는 의미로 권오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두 입을 모아 강조하던 핵심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를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강조하며 지난해 EUV 기반 반도체 공정 기술연구소도 직접 방문해 점검했다.

정 사장이 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확보 노력에 이 부회장의 강력한 지원을 받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화성의 EUV 공정 전용 새 반도체공장을 완공하는 내년부터 반도체 위탁생산의 첨단 공정 기술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정은승,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기술격차 확보

▲ 삼성전자 화성 EUV 반도체공장 조감도.


삼성전자는 화성 새 공장에 7나노 EUV공정 도입을 계획했지만 6나노와 5나노 등 차기 공정 기술이 확보된 만큼 새 공정의 적용 비중을 늘릴 수록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나노 EUV공정 양산에 어느 공장을 활용할지는 사업적 결정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화성 새 공장을 통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화성 새 반도체공장에 들이는 건축 비용을 기존 7천억 원에서 1조4천억 원으로 늘렸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초격차 전략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삼성전자가 5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TSMC보다 먼저 양산에 활용한다면 퀄컴과 엔비디아 등 주요 시스템반도체 고객사의 주문을 수주하는 데 더욱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화성 새 반도체공장을 통해 프로세서와 통신모뎀칩, 그래픽반도체 등의 위탁생산 수주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