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삼성전자의 EUV(극자외선)공정 기반 반도체 위탁생산공정 도입을 앞당기면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 성장에 강력한 추진동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삼성전자가 EUV공정에 들이는 대규모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올해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를 단기간에 크게 늘려야만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오늘Who] 정은승, 삼성전자 새 공정 들고 반도체 수주 성과낼까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21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공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의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4나노 미세공정 등 반도체 위탁생산 신기술의 상용화를 예상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EUV를 도입해 양산하는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EUV는 반도체 회로를 인쇄하는 노광공정에 사용하는 장비로 회로를 더 미세하게 인쇄해 반도체 생산효율과 성능을 높일 수 있지만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까다로운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당초 2019년에 EUV공정 상용화를 목표로 했지만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하면서 기간을 단축했다.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 개발 성과는 최근 세계 대형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익스트림테크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0년 출시하는 그래픽반도체(GPU)를 기존 협력사인 대만 TSMC 대신 삼성전자의 7나노 EUV공정에서 양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엔비디아는 PC와 게임기 등에 사용되는 그래픽반도체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매출 규모를 크게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반도체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익스트림테크는 "삼성전자는 7나노 EUV공정에서 대형 고객사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아직 IBM 외에 밝혀진 고객사가 없는 만큼 엔비디아 수주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바라봤다.

IBM은 최근 서버용 반도체를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으로 양산한다는 기술협력을 발표했다. 퀄컴 역시 향후 5G통신 반도체에 삼성전자의 7나노 공정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EUV공정 상용화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비를 들이고 투자비가 모두 6조 원에 이르는 전용공장도 건설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성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EUV공정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보에 들인 대규모 투자의 성과를 실제 실적 증가로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정 사장에 큰 숙제로 남아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에서 TSMC 등 경쟁사보다 앞서 나가더라도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대거 확보하지 못하면 차기 공정 개발과 투자계획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공정 기술을 확보한 만큼 언제든 생산라인을 확대할 수 있지만 실제 고객사의 주문이 없다면 추가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사가 EUV공정 활용을 원하지 않는다면 투자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은승 사장을 포함한 반도체사업부 경영진에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지난해부터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오늘Who] 정은승, 삼성전자 새 공정 들고 반도체 수주 성과낼까

▲ 삼성전자가 경기도 화성시에 건설중인 반도체공장 EUV라인 조감도.


정 사장도 지난해 12월 미국 반도체학회에서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EUV 등 차세대 기술 진화가 중요하다며" EUV공정 도입에 따른 성과에 큰 기대를 보였다.

하지만 아직 삼성전자의 7나노 EUV공정 활용을 확정했거나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고객사가 소수에 그치고 있어 위탁생산을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정 사장은 삼성전자의 공정 기술 확보를 통해 위탁생산사업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만큼 내년 화성 EUV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올해 안에 최대한 많은 고객사를 끌어들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 사장은 한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설명회를 열고 반도체 관련된 학회 등 행사에도 참석하며 EUV공정의 장점을 소개하는 등 기술 홍보에 적극 나섰다.

정 사장이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알리고 고객사와 점접을 넓히는 데 활발히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 사장은 지난해 7월 한국 파운드리포럼에서 "삼성전자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반도체 고객사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