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램 겨울 길고 혹독할까, 봄은 가까이 있다
등록 : 2021-11-22 11:36:26재생시간 : 9:35조회수 : 3,525임금진
반도체 D램시장의 ‘겨울’은 과연 혹독할까? 겨울이 온다면 추위는 얼마나 길게 갈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D램시장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봄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램시장에는 여전히 기회요인이 굉장히 많다. 공급조절, DDR5, 그리고 위드 코로나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 PC용 D램과 서버·모바일용 D램의 상관관계

D램 시장에 겨울이 온다는 시각은 대부분 PC용 D램 가격의 하락에 초점이 맞추고 있다. 

PC용 D램은 D램 전체 시장에서 약 1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니다.

하지만 PC용 D램의 가격이 하락하면 서버와 모바일용 D램의 가격이 동반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서버, 모바일용 D램이 필요한 기업들이 D램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고 D램 주문을 뒤로 미루기 때문이다.

수요 기업들에 재고가 없다면 당장 쓸 D램을 사야겠지만 지금 수요 기업들은 D램을 꽤 쌓아두고 있다. 굳이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문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업체들에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D램 공급업체는 ‘공급조절’을 무기로 D램 겨울을 날 채비를 하고 있다.

D램시장은 과점시장이다. 공급자의 수가 많다면 특정 공급업체가 공급량을 통제하기 어렵겠지만, D램시장에 공급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셋 뿐이다. 공급자가 능동적으로 공급량을 통제해 D램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가격의 급락을 막기 위해 공급량 통제에 나설 뜻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황과 연계된 탄력적 투자 집행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품 수급이슈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인 점을 감안하여 4분기 투자는 검토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실적발표에서는 2021년 연간 시설투자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 특성상 단기간에 생산량을 줄이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생산량을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노종원 경영지원담당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램 고객단의 재고가 어느 정도 쌓여있고 현재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공급업체 재고는 역사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어느정도 자체적으로 재고를 추가적으로 축적할 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런 태도는 생각보다 D램 가격에 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요업체들에 생각만큼 D램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런 시그널을 준다면 수요업체들로서는 주문을 미룰 필요가 줄어들게 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서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시작되었지만 과거와 같은 큰 폭의 재고 조정과 가격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점유율 경쟁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이 유지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낮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조절이라는 무기만 있는 것도 아니다. DDR5라는 훨씬 더 강력한 무기가 남아있다. 

DDR5는 현재 양산중인 DDR4 D램보다 2배 이상 빠른 차세대 D램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D램 수요업체들이 D램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주문을 줄이려면 반드시 D램 재고가 충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 수요업체들의 D램 재고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는 DDR4에 국한된 이야기다.

인텔은 최근 PC용 12세대 CPU 엘더레이크를 시장에 내놓았다. 엘더레이크는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지원하는 PC용 CPU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는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 양산이 시작된다.

결국 D램 겨울은 DDR4에서 DDR5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발생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점점 DDR4 수요는 줄어들고, DDR5 수요는 늘어나게 될 텐데, 그렇게되면 장기적으로 D램의 수익성은 오히려 상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DDR5 D램의 크기가 DDR4 D램보다 좀 더 크기 때문에 생산효율은 DDR4 D램보다 낮기 때문이다. 

생산효율이 낮으면 동일한 자원을 투입할 때 생산량이 감소하기 떄문에 공급량이 줄어든다.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점시장의 공급자들은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 수요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DR5 양산이 시작되면 전체적으로 D램시장에서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제한된 공급여건 속에서 서버와 모바일용 D램의 수요는 상승하면서 다시 한번 D램 가격의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4 공급량을 조절하는 동시에 본격적으로 DDR5 양산을 위한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0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14나노 DDR5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상반기부터 DDR5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위드 코로나와 함께 다시 4차산업혁명 바람

D램시장의 기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위드 코로나’다.

한쪽에서는 위드 코로나가 디지털기기 수요를 줄여 반도체 수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가 외부활동을 촉진해 모바일기기의 수요를 높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위드 코로나가 여러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다시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서버용 D램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2년에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IT관련 지출이 2021년보다 5.5% 늘어난 4조5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4차산업혁명의 바람은 DDR5의 확산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도 크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5G통신 등 미래의 주요 기술로 손꼽히는 대부분의 첨단기술들은 당연히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부품이 필요하다.

DDR4와 비교해 처리속도는 2배 이상이면서 오히려 전력은 덜 소비하는 DDR5는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DDR5가 일반 PC에서 확산되려면 2022년 하반기 즈음, 그러니까 인텔이 PC용 13세대 CPU를 내놓을 때 정도나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서버용 DDR5 D램은 인텔이 사파이어래피즈 양산을 시작하면 바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내년 3월 양산이 시작되는 사파이어래피즈를 향한 시장의 기대가 매우 크다”고 얘기했다.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DDR5의 침투율이 2022년 1월 1%에서 2022년 연말에는 30%까지 매우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다시 불기 시작한 4차산업혁명의 바람은, D램 시장의 겨울을 잠재우는 봄바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게 D램 겨울은 과연 언제까지 갈까

물론 D램 겨울이 없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현재 D램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9월보다 9.51% 하락했다. 이는 시장에서 제기됐던 4분기 낙폭 전망인 5~8%를 넘어서는 수치다.

또 D램 겨울론의 신호탄이 된 모건스탠리의 ‘겨울이 오고 있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며 ‘D램 겨울은 없다’고 주장했던 골드만삭스마저 최근에는 “우리가 틀렸다”며 “D램 가격은 전체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하기도 했다.

결국 D램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 자체는 시장의 공감대인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겨울이 얼마나 추울 것인가, 그리고 겨울이 얼마나 갈 것인가다.

세계 반도체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 두 기업은 과연 D램 겨울을 짧게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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