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한류가 '반짝' 안 되려면, CJENM 네이버 동맹과 티빙 세계화
등록 : 2021-11-01 13:40:11재생시간 : 10:29조회수 : 2,932임금진
K-콘텐츠가 뜨겁다.

넷플릭스 실적발표 영상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오징어게임 체육복을 입고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를 놓고 의문을 던지는 시선이 많다.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라고 볼 수 있는 미국문화를 제외하고 세계 대중문화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외부문화는 많이 있었다.

음악적으로는 브리티시 인베이전, 1970년대 밥 말리로 대표되는 라틴 붐이 있었고 영상콘텐츠로는 1980년대부터 세계 콘텐츠 시장을 강타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이 중에는 잠깐 반짝였던 것도 있고 아직도 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있다. 

CJENM은 최근 K-콘텐츠의 부상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기업인만큼 CJENM은 현재 굉장한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K-콘텐츠 붐이 언제까지 갈 수 있는지와 관련된 의문을 살펴보면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CJENM에게 K-콘텐츠의 전성기를 더 오래 끌고 가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CJENM은 과연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 한류는 오래 갈까.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재패니메이션 차이

이 문제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문화가 오래도록 살아남았는지, 또 어떤 문화가 ‘반짝’에 그쳤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비틀스, 레드제플린, 퀸을 기억한다. 그리고 여전히 콜드플레이, 아델, 에드 시런 같은 영국 가수들이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굉장한 명성을 얻고 있다.

라틴팝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를 열광시켰던 밥 말리는 갔지만 여전히 레게는 EDM, 힙합, 록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세계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어떨까? 기동전사 건담, 은하철도 999, 철완 아톰, 미래소년 코난 등 세계를 장악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재는 ‘문화의 갈라파고스’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그리고 이런 차이들은 CJENM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문화에 대한 공감’, 또 하나는 ‘콘텐츠의 통로’다.

영국음악, 라틴문화는 세계 주류 대중문화와 이질감이 매우 적다. 영국문화가 세계 주류문화인 미국문화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 라틴문화는 남유럽의 문화를 뿌리로 삼고 있는 만큼 역시 서양 위주의 주류 대중문화와 이질적이지 않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르다. 아시아의 문화적 감성은 세계 주류 대중문화인 서양문화와는 완전히 다르다. 

물론 이런 이질적 문화가 ‘돌풍’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결국 주류문화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주류문화 소비층들의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오징어게임이 과연 ‘한국적’이라서 돌풍을 일으켰을까? 물론 세계인들에게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가운데는 ‘신선함’도 있다. 생라면 안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등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감’이 있다. 애초에 오징어게임의 장르 자체가 헝거게임, 배틀로얄, 심지어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장르인 ‘데스게임’이다. 

그런 대중적 장르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의식이 녹아 있다. 돈에 대한 숭배, 이 숭배가 불러오는 인간성의 상실, 가족 사이 애틋한 정 등이 그것이다. 

결국 오징어게임의 성공은 신선함과 공감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결과물인 셈이다.

문화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콘텐츠의 통로다. 

브리티시 인베이전과 라틴붐은 음악이라는 콘텐츠의 특성상 매우 접근이 쉬웠다. IT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라디오만 틀면 나오는 것이 바로 음악이고, LP시절부터 카세트테이프를 거쳐 CD, MP3까지 앨범도 구하기 쉽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다르다. 영상콘텐츠이기 때문에 방송국이 그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와서 방영하지 않는다면 접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CJENM은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세계 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로 만들 수 있을까?

◆ CJENM, 네이버 지식재산으로 세계인의 공감 얻어낼 수 있나

CJENM은 우리나라에서 단연 ‘톱티어’의 콘텐츠 제작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세계로 무대를 넓혀보더라도 정말 그럴까?

CJENM의 콘텐츠들은 대부분 ‘한국적’ 콘텐츠들이다. 한국과 비슷한 문화적 배경이 깔려있는 아시아권에서는 통할 수 있겠지만, 과연 세계에서 통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신선함’을 무기로 개별 콘텐츠가 산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CJENM이 ‘K-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뤄낼 수 있느냐, 한류를 지속가능한 문화 흐름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이런 측면을 살펴볼 때, CJENM과 네이버가 지식재산 측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굉장히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공감은 익숙함에서 나온다. 그리고 네이버는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 네이버의 실적은 콘텐츠사업이 주도했다”며 “네이버의 콘텐츠사업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북미 네이버웹툰 월간 순사용자 수(MAU)는 14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네이버 웹툰 애플리케이션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거의 세계 모든 지역의 국가에서 웹툰부문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 1위를 달리고 있다.

네이버의 콘텐츠들이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CJENM은 소설, 만화 등의 콘텐츠를 영상화하는 데 강점이 있는 기업이다. CJ가 만들어서 히트시킨 웹툰, 웹소설 원작 드라마는 ‘유미의 세포들’, ‘치즈인더트랩’, ‘미생’ 등 매우 많다.

‘한국식 드라마’를 만드는 데 익숙한 CJENM의 제작역량이 글로벌 인지도를 보유한 네이버의 지식재산(IP)과 결합한다면, 신선함과 공감을 동시에 세계인들에게 선사한다는 어려운 목표도 완전히 꿈같은 일은 아닐 수 있다.

CJENM이 네이버만 믿고 있는 것도 아니다. CJENM은 CJENM의 콘텐츠 제작능력과 각 지역의 현지 콘텐츠를 접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JENM이 각 지역의 현지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리고 그 방법은 아마 넷플릭스처럼 완전외주가 아니라 CJ의 콘텐츠 제작역량을 활용해 현지 CP들과 ‘협력’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의 감성과 CJENM의 K-콘텐츠 감성이 작품 안에서 어우러지게 된다는 뜻이다.

◆ CJENM이 다윗과 골리앗 싸움 계속하는 이유, 안정적 통로가 필요하다

‘콘텐츠의 통로’라는 측면에서 보면 CJENM이 다윗과 골리앗처럼 보이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과 싸움에서 ‘티빙’이라는 존재를 놓지 못하고 있는지, 심지어 ‘티빙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무모해 보이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CJENM의 콘텐츠가 세계 대중문화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커다란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세계인들의 눈앞에 내놓아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공감’, ‘익숙함’과도 맞물리는 이야기다. 끊임없이 콘텐츠를 쏟아내서 세계인들 눈앞에 보여주는 것은 그들에게 K-콘텐츠를 익숙하게 만들고, 나아가 결국은 우리 콘텐츠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그 통로는 넷플릭스가 될 수도, 디즈니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미 CJENM의 수많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로 송출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갈래로 자체만의 통로를 지니고 있을 필요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디즈니가 왜 디즈니플러스를 굳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출범시킨 이유, 블리자드, EA,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게임회사들이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게임소프트웨어플랫폼(ESD)을 만들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부의 통로를 이용하는 것은 언제나 변수가 넘쳐나는 일이다. CJENM은 지금도 자신들의 콘텐츠 통로 가운데 하나인 인터넷TV(IPTV) 회사들과 콘텐츠 수수료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콘텐츠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차체 유통망을 원하게 된다. 특히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처럼 K-콘텐츠를 ‘반짝’이 아니라 길게 가는 커다란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기업이라면 안정적 유통망의 확보는 더욱 중요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CJENM이 라인을 등에 업고 라인 점유율이 80% 후반에 이르는 일본, 대만부터 진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일단 티빙을, ‘통로’를 가장 안정적으로 깔아서 콘텐츠를 쏟아낼 수 있는 곳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 CJENM의 ‘한류 확장’, CJ그룹의 ‘K-문화 세계화’의 또 다른 갈래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CJENM을 넘어서 CJ그룹까지 확장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CJ그룹은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 문화라는 키워드가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영상, 음악과 같은 콘텐츠만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역시 음식‘문화’의 한 종류다. 

CJ그룹은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기업이다. CJENM이 한류를 단순히 일시적 현상에서 그치도록 놔두지 않고, 커다란 흐름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CJ그룹 전체의 모토와도 맞물리고 있는 셈이다 .

비비고 만두가 미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하지만 그건 ‘군만두’라는 개별 음식이 성공을 거둔 것이지 ‘한식’이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CJ제일제당은 비빔밥, 면류 등을 통해 군만두의 성공이 한식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CJENM이 콘텐츠로 가려 하는 길과 비슷하다.

CJENM, 나아가 CJ그룹의 목표인 ‘K-문화의 세계화’가 한류를 반짝돌풍이 아닌 기나긴 흐름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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