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현대차는 수소차 죽음의 계곡 넘나, 정의선 수소시대 향한 뚝심
등록 : 2021-09-30 17:03:42재생시간 : 10:47조회수 : 4,800임금진
현대자동차가 수소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죽음의 계곡’이다.

일반적으로 신기술 개발이 산업에 적용될 때는 기술개발(R&D), 제품개발, 상업화의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가운데 상업화 단계는 신기술이 성숙단계에 이르기 전에 넘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이 관문을 무사히 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수많은 신생 기술기업들이 이 관문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기 때문에 이 단계를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전기차시장은 지금 죽음의 계곡을 넘어 성숙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시장은 아직 죽음의 계곡을 넘어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현대차와 정의선 회장에게 ‘돈도 안되는 수소차에 왜 집착하느냐’라는 비난이 가끔 가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는 무사히 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 수소차사업을 성숙단계에 진입시킬 수 있을까?

◆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두려워하는 수소차 ‘죽음의 계곡’, 현대차가 넘기에 수월한 이유

현대차는 다른 완성체업체보다 죽음의 계곡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는 2가지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바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이다. 

현대차는 매우 일찍부터 수소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만큼 현대차는 수소차 기술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세계 수소차 판매량에서 현대차는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세계적으로 1만3천 대의 수소차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현대차의 수소차인 넥쏘의 점유율은 무려 51.2%에 이른다. 2위인 토요타의 40.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현대차는 2020년 12월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인 에이치투(HTWO)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기술과 관련해 2021년 지속가능보고서에서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기술은 효율 및 내구성 등의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현대차는 연료전지분야와 수소전기차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선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와 관련된 산업 전반 생태계 구축에 앞장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차가 다른 완성차업체들보다 죽음의 계곡을 돌파하는 데 유리한 두 번째 강점은 바로 강력한 오너십이다.

사업화 단계가 흔히 ‘죽음의 계곡’이라고 불린다. 사업적 성공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막대한 자금을 계속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회사의 실적에는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단기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이 가기에는 힘든 길인 셈이다.

하지만 오너경영은 다르다. 단기적으로 손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오너의 의지만 있다면 그 사업을 밀고 나갈 수 있다. 물론 이런 ‘뚝심’이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란 법은 없지만, 오너경영체제는 장기적 전략 측면에서 전문경영인체제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다.

현대차가 세계 1위의 수소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데에도 전대 오너인 정몽구 전 회장의 힘이 컸다. 현대차의 수소사업이 이익을 계속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수소차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정몽구 전 회장이었다.

김기찬 카톨릭대학교 교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함께 주최한 ‘명문 장수기업 만들기 전략 포럼’에서 “하나의 기술의 수명이 다하고 새로운 기술의 S커브가 단절적으로 새롭게 시작되도록 신기술로 갈아타는 전략적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 경우 전문경영인체제는 단기 수익에 성공하고 미래 기술 투자에 실패하는 ‘생산 의존성’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수소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기업, 현대차와 일본의 토요타는 모두 오너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수소차 투자에서 강력한 오너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 모빌리티산업의 ‘대격변’, 현대차가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전기차로 부족하다

그렇다면 왜 현대차는 굳이 그 ‘죽음의 계곡’을 넘어가려 하는 걸까?

현재 모빌리티 산업은 대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부분은 빠르면 십년 내로 내연기관자동차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완성차업체들은 그 대안을 전기자동차라고 보고 기업의 역량을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다르다. 현대차는 전기차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그만큼 수소차에도 커다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수소차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은 현대차와 토요타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수소차시장에서 현대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토요타는 최근 대규모 전기차배터리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시장에 토요타는 앞으로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반대로 현대차는 최근 국내 유수의 대기업 오너들을 초청해 수소 생태계 관련 행사를 열었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놓지 않고 오히려 계속 투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에게 이득이 되는 시장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전기차 테마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업체들은 대부분 완성차업체가 아니라 바로 배터리업체들이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모두 전기차 테마로 상당한 주가 상승을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수소차에서 배터리 역할을 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직접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시장에서 배터리업체들이 거두고 있는 과실을 수소차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직접 딸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이유는 수소차가 불러올 수 있는 ‘기회’에서 찾을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의 관심사는, 현대차가 ‘패스트 팔로워’에서 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로 퀀텀점프를 하는 데 있다고 보인다.

현대차는 수십년 동안 내연기관자동차시장에서 팔로워에 불과했다. 시장은 언제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주도해왔고 현대차는 그 안에서 그들을 좀 ‘빠르게’ 따라가는 기업이었을 뿐이다.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에도 사실 현대차의 ‘패스트 팔로워’로서 정체성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테슬라라는 강자가 나타나면서 현대차가 리더의 자리를 잡기는 더 어려워졌다.

심지어 중국 전기차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전기차시장 점유율 기준 6위(2.9%)로 떨어지고 말았다. 2020년까지 현대차의 전기차시장 점유율은 4위(4.5%)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들이 이미 걸어가고 있는 길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 혹은 현대차가 이미 승기를 잡고 있는 시장이 ‘대세’가 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수소차시장은 이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수소차시장에서는 이미 세계 완성차업체들을 기술 측면에서, 그리고 점유율 측면에서 앞질러나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계속해서 ‘수소 생태계’를 강조하면서, 대기업들의 오너들을 초청해 ‘수소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런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현대차가 수소차시장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고 하지만, 2021년 상반기 기준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차의 수는 9423대에 불과하다. 2020년 전체 수소차 판매량이 1만395대였다는 것을 살피면 많이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전기차시장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올해 상반기에 판매된 전기차의 수는 모두 82만6800대다.

시장은 끊임없이 “과연 수소차에게 시장성이 있는가? 수소차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수소 생태계를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수소차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시장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미래다”라는 대답을 하기 위해서다. 

◆ 수소차를 넘어선 정의선의 ‘수소모빌리티’, 현대차는 ‘석유시대’를 ‘수소시대’로 바꿀까

그렇다면 과연 정의선 회장이 그리는 현대차의 미래는, 단순히 수소‘자동차’에서 끝나는 것일까?

정의선 회장의 이야기르를 살펴보면 정 회장은 그보다 좀 더 커다란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 회장은 9월7일 열린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행사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 이외의 모빌리티 및 에너지 솔루션분야에도 적용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해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래사업을 세가지로 보고 있다. 바로 자동차, UAM(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보틱스가 그것이다. 

자동차와 비행체, 로봇이라는 언뜻 연결되지 않는 세 사업의 연결점이 바로 수소다. 정의선 회장은 움직이는 모든 것, 즉 ‘모빌리티’에 수소를 심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수소차’가 아닌 ‘수소 모빌리티’ 비전이다.

인류역사의 혁명에는 항상 동력원의 변화가 함께 진행됐다.

원시사회의 동력원은 그냥 인간의 힘 그 자체였다. 그러다가 바퀴의 발명으로 인간은 물레방아를 통해 물의 힘을, 풍차를 통해 바람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건 다름아닌 석탄의 힘, 즉 증기기관의 힘이었다. 1800년대 후반 내연기관의 발명은 이 세상 모든 물체를 ‘석유’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제 세계는 내연기관시대, 석유시대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동력원은 무엇이 될까?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는 그 새로운 동력원을 수소라고 보고 있다.

과연 현대차가 수소사회로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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