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보현CEO톡톡] 기아 애플 협력 살아날까, 정의선 '전기차 폭스콘' 안 한다
등록 : 2021-03-02 11:30:12재생시간 : 13:32조회수 : 13,463윤선호
현대자동차그룹 변화의 중심에는 기아가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리는 기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 회장은 기아를 전기차시장에 특화한 강자로 키워내기 위해 발빠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이한재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인물중심, 기업분석! CEO톡톡!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가 주목되는 지금,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정의선시대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계열사를 꼽으라면 단연 기아입니다.

기아는 정의선시대 현대차그룹 변화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회사이름을 기아차에서 기아로 바꿨고 새로운 슬로건과 로고도 내세웠죠. 그리고 애플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아는 연초 애플과 협력해서 미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만들기로 했다는 국내외 보도가 쏟아지면서 그야말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애플과 협력설을 부인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시장의 기대감은 살아 있습니다.

정의선시대 앞으로 기아는 어떻게 될까요?

정의선시대 기아를 놓고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한재(이하 이):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입니다.

곽: 애플과 협력설에 올해 들어 기아 주가가 정말이지 요동치지 않았습니까? 

정말 궁금합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은데요? 기아와 애플은 협력합니까?

◆ 기아, 애플과 협력 불씨 완전히 꺼졌나

이: 예상이 쉽지 않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시장에 진출한다면 기아가 상당히 매력적 파트너일 수 있다는 겁니다.

곽: 그 얘기는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요?

이: 협력이 실제 이뤄질지는 지금 단계에서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가능성을 살펴볼 수는 있을 텐데요. 

일단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협력설을 부인한 뒤 전해진 의미 있는 소식들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일본 닛산과 애플의 협상이 무산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폴크스바겐 CEO가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곽: 저도 그 기사는 봤습니다. 그 기사에서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나요?

이: 닛산과 협상이 결렬된 것을 볼 때 애플은 결국 폭스콘 같은 위탁생산업체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CEO 얘기처럼 자동차산업은 한 방에 점령할 수 있는 전형적 기술 섹터가 아닙니다. 

애플은 자동차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듯한데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게임이 완전히 다릅니다.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부품만 수만 개가 들어가는 데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상품입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이 지금은 폭스콘을 원하지만 결국 이런저런 완성차업체를 두드리다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콧대를 낮출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다시 기아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곽: 지금 폭스콘이 필요한 애플과 그것은 안된다는 현대차 사이에서 밀당과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군요. 

애플이 다시 돌고 돌아 결국 기아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기아가 그만큼 매력적인가요? 현대차도 있는데 왜 기아입니까?

이: 우선 기아의 전기차 경쟁력, 생산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은 꽤 매력적입니다. 

외신 등도 이런 점에 주목해서 기아를 애플의 최적 파트너로 꼽고 있습니다.
 
기아는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할 수 있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도 마련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바로 말씀하신 대로 현대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차가 있기 때문에 정의선 회장이 기아와 애플의 협력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곽: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손잡는 데 있어 가장 위험한 요인이 뭘까요?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입니다. 

폭스콘처럼 애플의 하청업체로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는 건데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라는 두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곽: 현대차는 자체 브랜드로 승부를 보고 기아는 애플과 협력해서 전기차시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이: 그렇습니다. 전동화시대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조금씩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가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전기차, 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종합 모빌리티업체로 변화하는 것과 달리 기아는 오롯이 전기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곽: 그러고 보니 기아는 지난해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전에도 참여하지 않았군요.

그동안 기아는 그룹 대표 계열사로 현대차, 현대모비스와 함께 대규모 투자에 함께 참여해 왔는데 이번 인수 때는 기아만 쏙 빠졌습니다.

이: 기아가 자체 전기차 브랜드로 EV를 쓰는 것을 놓고도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EV는 전기차를 뜻하는 보통명사입니다. 

스마트폰업체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이름을 스마트폰으로 지은 셈인데요. 

기아는 이와 관련해 전기차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반영했다고 말합니다.

전기차 이름을 전기차로 지을 정도로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곽: 내연기관시대와는 확실히 다르군요. 

현대차와 기아는 가솔린과 디젤, 세단과 SUV 등 제품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겹쳐 상품 구성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전동화시대에는 긴 안목의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현대차가 맡고, 빠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전기차 분야는 기아를 통해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쓴다고 볼 수 있겠군요.

이: 그렇습니다. 그런 상황이 맞물려 기아가 애플의 유력 협력업체로 떠오른 건데 정의선 회장이 앞으로 어떤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아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곽: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진다는 건지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네. 애플이 구상하는 자율주행 전기차는 첨단기술이 집약되면서 미래시대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기술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마트폰도 애플의 길, 삼성의 길, 구글의 길, 폭스콘의 길 등 여러 길이 있지 않습니까. 

기아가 전기차에 집중하더라도 앞으로 선택에 따라 길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곽: 크게 보면 애플은 스마트폰 설계업체, 폭스콘은 생산업체, 구글은 소프트웨어업체, 삼성은 종합업체 아닙니까. 기아는 생산시설을 지니고 있는 만큼 애플과 구글은 아닐 테고 결국 삼성이냐 폭스콘이냐, 일 텐데 그 사이에서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 고민이 많겠습니다.

이: 기아에게 현대차가 없다면 모를까, 현대차가 아이오닉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전기차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아를 놓고는 꼭 삼성과 폭스콘이 아니더라도 여러 선택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애플과 논의는 그 시작인 듯하고요.

곽: 그렇다면 기아가 삼성과 폭스콘이 아닌 제3의 길을 가는 것도 가능할까요?

◆ 기아, 목적기반 모빌리티에서 제3의길 찾는다

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기아는 PBV로 불리는 목적기반 모빌리티에서 그 길을 찾으려 하고 있는 듯합니다.

곽: 목적기반 모빌리티? 조금은 생소한 개념입니다. 개념을 조금 설명해 주시죠.

이: 목적기반 모빌리티는 말 그대로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특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차량을 제작해 공급하는 겁니다. 

병원차, 카페차, 영화관차 등은 물론 넓게 보면 화물용 밴, 택시, 물류차량, 레저용트럭, 푸드트럭 등 특수목적 차량 전반을 의미합니다. 미래 모빌리티인 만큼 물론 전동화 차량이고요.

곽: 올해 CES에서 미국 GM이 발표한 내용을 봤습니다.

'브라이트드롭'이라는 사업을 새로 론칭하고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와 협력해서 신개념 물류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건데, 거기서 전동화 모빌리티인 EP1과 EV600을 새로 선보였잖아요. 그런 게 목적기반 모빌리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맞습니다.

곽: 그렇군요. 그런데 이 목적기반 모빌리티가 어떻게 기아의 제3의 길과 연결된다는 거죠? 목적기반 모빌리티의 뭔가 다른 특성이 있나요?

이: 목적기반 모빌리티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물류, 자율주행택시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빅테크기업과 완성차업체의 협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로보택시만 봐도 솔루션 개발사가 차량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완성차업체와 협업해 최종 차량을 제공하고 있는 형태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구글웨이모가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밴을 이용하고 글로벌 자율주행업체 앱티브가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로보택시사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곽: 물류 쪽에서 GM과 페덱스, 아마존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협력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겠군요.

이런 협력은 스마트폰과 다르게 수평적 협력으로 느껴집니다. 

그런 점에서 목적기반 모빌리티 쪽에서 충분히 긍정적 시너지를 내는 협력이 이뤄질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기아는 목적기반 모빌리티와 관련해서 어떤 목표를 제시했나요?

이: 기아는 최근 CEO인베스터데이를 통해 2030년 목적기반 모빌리티시장에서 글로벌 1위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목표를 발표하며 친환경차시장 선도업체가 되겠다는 얘기는 많이 했지만 글로벌 1위를 내세운 건 처음입니다. 

기아는 2030년 목적기반 모빌리티 판매목표로 100만 대를 내걸었습니다. 2030년 전기차 판매목표 88만 대보다 10% 이상 높은 목표입니다.

곽: 단순히 목표만 높여 잡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구체적 로드맵도 함께 나왔나요?

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장도 기아의 목적기반 모빌리티사업에 주목하는 겁니다. 

기아는 시장 초반에는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기업 어라이벌과 협력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2023년부터는 오픈 이노베이션, 2025년부터는 독자적 플랫폼을 통해 시장 확대를 이끈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2022년 전용 택시로 쓰이는 목적기반 모빌리티 PBV01을 출시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볼 수 있죠.

곽: 목적기반 모빌리티가 가만히 보니 기업들을 상대로 딱 원하는 차량을 만들어주는 개념인 거 같은데 기아차는 예전부터 군수용차량 같은 특수제작 차량에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지 않습니까. 그런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군요.

이: 정확히 보셨습니다. 

기아도 그래서 CEO인베스터데이에서 목적기반 모빌리티사업은 기아의 고유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곽: 네. 잘 알겠습니다. 

기아는 전동차시대를 앞두고 여러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애플과 협력할지 여부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애플 입장에서 기아는 최적의 파트너고 정의선 입장에서도 기아의 정체성만 유지한다면 애플은 엄청난 기회일 수 있습니다.

물론 기아가 다른 글로벌 빅테크기업과 협력할 가능성도 활짝 열려 있습니다.

기아가 앞으로 자체 경쟁력을 중심에 둘지, 위탁생산을 중심에 둘지, 제3의 길이 될지 모르지만 기아의 앞으로 10년을 결정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기까지하기로 하고 다음 시간에는 기아 변화의 중심이자 앞으로 기아의 운명을 결정할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을 놓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CEO톡톡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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