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GS그룹 에너지 대전환 위기에 직면, 허태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등록 : 2021-01-18 13:40:23재생시간 : 13:24조회수 : 3,503임금진
GS그룹의 중심은 에너지사업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적 대전환 속에서 어느 그룹보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허태수 회장체제로 바뀐 지 1년이 지난 지금 GS그룹은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려고 할까?

◆ GS그룹 정체성, GS칼텍스 정유사업

GS그룹의 사업구조부터 먼저 살펴보자.

GS그룹은 GS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밑에 GS에너지와 GS리테일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GS건설은 전임 회장인 허창수 회장 개인 지분이 많아 따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 세 회사가 GS그룹 사업의 세 축을 이루고 있는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단연 GS에너지다.

GS에너지의 힘은 자회사 GS칼텍스에서 나온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가 2018~2019년에 벌어들인 매출은 연평균 35조 원에 육박한다. GS그룹이 2019년에 벌어들인 매출이 모두 62조 원이니 매출 측면에서 GS칼텍스 의존도는 절반을 넘는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 이외에도 집단에너지사업을 하는 GS파워와 인천종합에너지 등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GS그룹의 발전계열사는 GS에너지 산하 자회사 이외에도 GSEPS, GSE&R 등이 있다.

GS리테일이 GS홈쇼핑을 합병해 내는 연매출이 10조 원 안팎이고 GS건설도 연매출 10조 원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GS그룹의 정체성은 사실상 에너지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 GS그룹은 위기인가?

이런 정체성이 GS그룹을 변화가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GS칼텍스 사업구조를 보면 정유사업과 윤활유사업, 석유화학사업 등 3가지로 나뉜다. 2019년 기준으로 정유사업의 매출비중은 8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석유화학사업의 매출비중은 17.3%, 윤활유사업의 매출비중은 3.8%로 상대적으로 낮다.

정유사업이 흔들리면 GS칼텍스가 위기에 몰리고 나아가 GS그룹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GS칼텍스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내다보는 시각은 거의 없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매출 30조 원 안팎을 거뒀고 영업이익도 평균 1조5천억 원씩 냈다. 최근 3년 동안 GS칼텍스는 여러 신용평가기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경기가 급속도로 위축하면서 GS칼텍스에 전례없는 위기가 찾아왔다. 정유사업의 본질은 경제활동에서 소비되는 석유제품 수요에 기반하는데 이 수요가 순식간에 사라지다 보니 사업도 휘청거렸다.

GS칼텍스가 2020년 1~3분기에 낸 영업손실은 모두 8680억 원가량이다. 전례없는 위기로 불렸던 2014년의 영업손실 4500억 원의 2배에 이른다.

GS칼텍스에 더욱 위협이 되는 것은 바로 세계를 휩쓸고 있는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흐름이다.

탈석탄과 저탄소를 통해 친환경으로 나아가자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각 산업에서 기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중심의 사업구조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S칼텍스가 생산하는 제품을 필요로 하는 회사가 하나둘씩 줄어든다는 것은 분명히 부정적 신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정유사 신용등급을 대거 조정하며 “전기차 보급과 환경규제, 에너지 전환정책 등이 정유사들의 신용도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의 둔화와 에너지 전환 과정이 불가피한 만큼 장기적 사업 안정성과 사업구조 변화에 따른 영향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 GS그룹 회장 허태수, 지난 1년 무얼 했나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에너지 대전환과 마주하고 있다.

GS그룹은 발전과 정유 등 무거운 사업을 주력으로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두고 보수적 경영기조를 유지하는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껏 육성한 사업을 그저 지키기에는 외부환경의 변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보수적 경영기조로는 GS그룹이 변화의 파도를 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허 회장도 누구보다 잘 아는 듯하다. 그는 2020년 1월에 미국 스탠포드대학교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혁신’을 취임 후 첫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허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1년 동안 했던 말과 그룹의 움직임에서도 어떻게든 변화하겠다는 GS그룹의 태도가 읽힌다.

허 회장은 2021년 신년모임을 온라인으로 직접 주재하면서 “디지털역량 강화와 친환경경영으로 신사업 발굴에 매진할 것”을 강조했다. 2020년 6월 GS임원포럼에서는 “우리가 가보지 않은 ‘비욘드(Beyond) 영역’을 포함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기업은 기회만 되면 ‘변화해야 한다’, ‘신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허 회장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더욱 절박하게 읽히는 것은 GS그룹의 변화 속도가 여러 대기업집단 가운데서도 가장 느린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변화의 기류도 읽힌다.

GS그룹은 2020년 4월 스타트업의 성지라고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GS비욘드와 GS퓨처스라는 법인을 새로 만들었다.

GS퓨처스는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세워졌다. 신기술 기반 스타트업 지분과 지분연계증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미래가 유망한 회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GS비욘드는 미국의 신규 기술과 혁신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 업체와 협업, 현지 스타트업회사 교육 등을 진행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두 회사 모두 GS그룹의 미래를 준비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혁신을 위한 인사도 진행하고 있다.

허 회장은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예정보다 2~3주 빠른 11월 중순에 실시하며 외부인재를 3명이나 영입했다. 김성원 GS에너지 부사장과 신상철 GS건설 부사장, 박솔잎 GS홈쇼핑 전무 등을 통해 혁신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더욱 명확히 했다.

김성원 부사장은 산업부와 포스코, 두산중공업를 거친 에너지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상철 부사장은 미국 미시건대 MBA 출신 공인회계사로 자산운용사에서 경력을 쌓았고 박솔잎 전무는 베인앤드컴퍼니와 삼성물산,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치며 이커머스와 신사업 발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 허태수는 GS그룹을 어디로 이끌고 갈까

GS그룹은 어딜 향해 달려갈까? 허 회장이 바라보는 신사업은 과연 무엇일까?

허 회장의 발언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다.

허 회장은 2021년 신년모임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하면서 신사업으로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친환경과 모빌리티’를 콕 집었다.

에너지사업자로서 다른 경쟁기업의 움직임뿐 아니라 여러 대기업 동향을 의식한 발언으로 여겨진다.

에너지사업자로 한정해 보면 SK에너지라는 정유계열사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친환경과 모빌리티로 사업의 주축을 옮겨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국내에 배터리 양산 라인을 구축하며 배터리 양산체제를 갖췄다. 2017년부터 본격적 사업 성장을 위해 배터리와 관련 소재사업에 대규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기존 사업인 석유개발보다 배터리와 관련한 설명을 더 길고 자세하게 해놓았을 정도다.

한화그룹도 10여 년 동안 육성한 태양광뿐 아니라 최근 수소에너지 관련 사업 발굴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그룹은 배터리사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LG화학 산하의 배터리사업부를 아예 다른 회사로 분리했다.

모빌리티 역시 미래 유망사업으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 현대차는 아예 더 이상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스마트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와 같은 IT업체들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빌리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열심이다.

한국 주력산업들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국가 에너지정책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등을 고려했을 때 허 회장의 답도 결국 친환경과 모빌리티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허 회장은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앞서 말했던 GS퓨처스, GS비욘드와 같은 벤처 투자사 이외에도 해외 사모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GS는 작년 하반기 이사회에서 미국 사모펀드인 코넬캐피털이 새로 조성하려는 펀드인 ‘코넬캐피털파트너스 2호’에 투자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허 회장이 과거 GS홈쇼핑 대표이사를 지낼 때 코넬캐피털과 한 차례 협력한 적이 있어 이런 움직임을 두고 신사업 진출을 위한 기회를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GS홈쇼핑이 2017년 7월 식기 브랜드 코렐도 유명한 주방용품업체 월드키친의 지분 9.1%를 인수할 때 계약 상대방이 바로 코넬캐피탈이었다. 당시 허 회장의 결정은 내수 중심의 GS홈쇼핑 사업구조를 해외로 확장하는 계기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 금융맨 경험한 허태수에 기대 거는 GS룹의 오너일가 

GS그룹이 15년가량 이어진 허창수 회장체제를 끝내면서 다음 회장으로 허태수 회장을 추대한 것은 재계에 이례적 일로 받아들여졌다.

오너3세인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오너4세 경영이 시작되는 것 아니나며 다른 여러 후보군들이 꼽히는 상황에서 허태수 회장의 이름이 회장후보로 거명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를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GS그룹이 허태수 회장의 역량을 필요로 했다고 볼 수도 있다.

GS그룹은 대주주들 사이의 합의를 거쳐 허태수 회장을 새 회장에 추대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대부분이 허씨 일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룹내 오너일가가 허태수 회장의 능력에 공감하고 그룹의 앞날을 그에게 맡겼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허 회장의 추대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분석된다. 그 가운데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그가 그룹 내 유일하게 금융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지녔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고려대학교 법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6년 콘티넨탈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LG증권으로 옮겨 M&A팀장과 국제금융팀장을 지냈다. 투자금융을 하는 IB사업본부 총괄 상무를 맡기도 했다. 

허 회장을 제외한 다른 허씨 일가들의 이력은 대부분 주력사업인 에너지나 정유, 아니면 건설 분야에 집중돼 있다. 반면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10년 넘게 금융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만큼 허 회장이 유망사업을 발굴하거나 투자하는 데 남들보다 넓은 안목을 지닐 수밖에 없다.

허 회장은 실제로 GS홈쇼핑 대표로 일하면서도 투자를 도맡는 조직인 미래사업본부를 두고 새 사업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회장이 GS홈쇼핑을 10년 넘게 이끌면서 글로벌화와 디지털화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도 체질 변화를 기대하는 눈높이는 상당하다.

허 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오른뒤 홈쇼핑사업의 해외진출과 모바일 쇼핑사업 확장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홈쇼핑이라는 유통회사를 이끌면서도 과거 LG투자증권에 근무하던 시절의 감각을 접목해 해외 벤처회사와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디지털분야에 높은 안목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모바일커머스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GS홈쇼핑의 선제적 투자를 진행해 TV부문에 의존하던 홈쇼핑사업의 구조를 모바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의 새 회장 추대를 알리며 “앞으로 디지털 혁신의 리더십으로 GS그룹 제2의 도약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1년을 발판삼아 앞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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