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 삼성전기 주가 신기록 가나, 경계현 적층세라믹콘덴서 임기응변
등록 : 2020-11-17 17:01:29재생시간 : 9:13조회수 : 3,988성현모
◆ 경계현 중국 톈진 공장 가동 결단, 스마트폰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 잡는다

67.68%. 올해 상반기 삼성전기 영업이익에서 컴포넌트솔루션부문이 차지한 비중이다.

컴포넌트솔루션부문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담당한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전자제품 내부에서 전기를 보관했다가 일정하게 내보내는 역할을 맡는 부품이다. 사실상 모든 전자제품에 필수라 삼성전기의 주력 아이템이 됐다.

적층세라믹콘덴서 실적을 용도별로 나눠보면 스마트폰 등 IT기기용과 통신장비 로봇 등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의 매출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적층세라믹콘덴서만 놓고 보면 전체 적층세라믹콘덴서 매출의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계현 사장이 중국 톈진에 있는 적층세라믹콘덴서 신공장 가동을 결정한 목적은 바로 이 스마트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10월26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IT기기 및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 대응을 위해 9월부터 톈진공장의 시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톈진공장은 당초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를 생산하기 위해 지어졌는데 코로나19로 자동차산업이 큰 타격을 받은 만큼 대신 다른 제품을 먼저 만들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상반기와 비교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의 가장 큰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회복세가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8059만 대를 판매해 2017년 3분기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사업이 위축되는 상황도 삼성전기에 호재다.

화웨이가 힘을 잃으면 샤오미나 오포, 비보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대신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삼성전기는 화웨이보다 샤오미 오포 비보와 적층세라믹콘덴서 거래가 많아 이런 중국 브랜드들이 클수록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 확보에 유리한 구조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화웨이의 점유율이 2020년 15.1%에서 2021년 4.3%로 낮아지는 반면 샤오미, 오포, 비보의 점유율은 2019년 7~8%대에서 2021년 10% 안팎으로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물론 5G 확대에 따른 산업용,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5G스마트폰에는 일반 스마트폰보다 10~20% 더 많은 적층세라믹콘덴서 1200개 정도가 탑재되고 5G 기지국 1대에는 적층세라믹콘덴서가 무려 1만6천 개나 들어간다.

경 사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톈진 공장 가동을 통해 시장에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 삼성전기 약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경계현 전기차부품에 기대

톈진 공장이 언제까지나 IT기기용,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본래 용도인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자동차용 전자장비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만큼 다른 적층세라믹콘덴서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을 견뎌야 하는 대신 가격도 훨씬 비싸다. 한 마디로 부가가치가 높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아직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분야에서 강자라고 볼 수 없다. 무라타제작소, TDK, 교세라 등 일본기업이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삼성전기는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기 자체 매출에서도 아직 1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톈진 공장은 이처럼 약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를 확대하기 위한 발판으로 마련됐다.

현재 삼성전기는 부산 공장에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데 앞으로는 톈진 공장을 주력 양산기지로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산에서는 신제품 개발과 적층세라믹콘덴서용 원재료 양산을, 톈진 공장에서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을 맡는 식으로 이원화한다는 것이다.

톈진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 만큼 내년부터는 이런 전략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까지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점유율 글로벌 2위를 달성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셈이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삼성전기에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정책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무려 1만3천여 개에 이르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를 탑재한다. 또 전기차 자체가 기존 자동차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더 많은 ‘플레이어’가 진입할 수 있는 분야다. 삼성전기와 거래할 수 있는 기업이 더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18년 200만 대 수준에서 2025년 1천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에 전기차가 1770만 대가량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체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에서 전장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은 2024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 규모가 3조9천억 원에 이르러 전체 시장에서 27.2%를 차지한다고 예상했다. 

◆ 스마트폰 사양 경쟁, 삼성전자 애플 카메라 확대는 호재

카메라모듈 역시 삼성전기의 주력사업이다. 매출만 보면 적층세라믹콘덴서와 비슷하다. 상반기 기준 삼성전기 매출에서 컴포넌트솔루션부문이 42.04%를, 모듈솔루션부문이 39.34%를 차지했다.

삼성전기는 주로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을 만든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의 사양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카메라모듈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트리플카메라는 최상급 스마트폰에만 탑재되는 사양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보급형 스마트폰들도 쿼드카메라를 달고 나온다.

심지어 2021년에는 펜타카메라, 즉 후면카메라 5대를 탑재한 모델이 출시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삼성전기 대표적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그 주인공이다.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대수뿐 아니라 성능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며 삼성전기 실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무려 100배 줌이 가능한 스마트폰 갤럭시S20울트라를 내놨다. 이 100배 줌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잠망경 카메라, 폴디드줌 카메라모듈이 바로 삼성전기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초격차’에 힘쓰는 만큼 삼성전기의 고성능 카메라모듈에 관한 수요는 시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기가 삼성전자뿐 아니라 애플에도 카메라모듈을 공급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같이 잠망경 카메라를 도입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애플의 카메라 렌즈 공급사로 선정돼 이르면 2021년부터 렌즈 공급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분석가로 유명한 궈밍치 톈펑국제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2022년에는 삼성전기로부터 잠망경 카메라용 렌즈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말했듯 잠망경 카메라는 이미 삼성전기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제품이다. 삼성전기가 렌즈 공급을 기회로 향후 카메라모듈 공급사로도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애플이 실제로 잠망경 카메라를 도입하게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 삼성전기 주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역대 최고치 다시 쓰나

다른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듯 삼성전기 주가도 코로나19로 부침을 겪었다. 

2월19일 14만6천 원을 보였는데 딱 한 달 뒤인 3월19일에는 8만57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경 사장은 1월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내정돼 3월 선임됐는데 첫 해를 시작하자마자 악재를 맞이한 것이다.

다행히 삼성전자 주가는 차츰 회복하고 있다. 11월10일 기준으로는 14만 원에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경 사장체제에서 삼성전기가 코로나19에 굴하지 않는 실적을 보여준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3분기 매출 2조2879억 원, 영업이익 3025억 원을 거뒀다. 2019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 영업이익은 60% 증가했다.

삼성전기의 실적 개선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만큼 삼성전기 주요 품목인 적층세라믹콘덴서와 카메라모듈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점도 삼성전기 주가에 호재로 분류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친환경 분야에 무려 2조 달러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를 구매하거나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여 곳을 설치하는 등 전기차를 육성하는 정책도 포함된다.

삼성전기가 야심차게 키우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 자체가 확대될 수 있는 셈이다.

종가 기준 삼성전기 역대 최고가는 2018년 9월4일 16만3천 원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는 삼성전기가 이를 넘을 수 있다고 본다.

◆ 삼성전자 출신 경계현, 소통과 임기응변 중시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부사장으로 있다 올해 1월 삼성전기로 이동했다.

2015년부터 2020년 3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이윤태 전 사장을 이어 삼성전기 경영을 맡게 됐다.

이전 경력에서 알 수 있듯 경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전문가다. 적층세라믹콘덴서, 카메라모듈, 기판 등 삼성전기의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경 사장은 생소한 분야를 책임지게 된 만큼 구성원과 소통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다.

매주 목요일 사내 채널로 ‘임직원과의 대화’를 열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한다. 성과급 등 민감할 수 있는 얘기도 스스럼없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사업에서 임기응변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사내방송에서 코로나19 대응방침을 놓고 “전시에는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는데 그때마다 전략도 다르게 수립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톈진 공장에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 대신 IT기기용,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를 생산하기로 한 결정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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