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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민 '갑횡포'의 뿌리는 재벌의 무자격 경영세습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8-04-23 15: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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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횡포 사건을 계기로 능력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채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자녀들을 놓고 사회적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서 초고속 승진한 오너 자녀들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오너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경영권을 물려받는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검증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 '조현민 사건'은 개인적 일탈 아닌 세습의 문제

23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민 전 전무 사건을 놓고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21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현민</a> '갑횡포'의 뿌리는 재벌의 무자격 경영세습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이번 사건이 오너 자녀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재벌가의 경영세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들의 특권의식에서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의 변화는 이런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과거 조현아 전 사장 사건부터 최근 조현무 전 전무 사건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며 "경영권 승계를 책임있게 추진하는 회사 내부 기구도 없으며 정관이나 이사회 규정에서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권한과 책임 소재는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최근 몇 년 사이 나이가 비교적 어린 재벌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속속 등장하면서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10위(농협 제외)안에 든 그룹 가운데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조현민 전 전무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난 30대 오너 자녀가 고위임원에 올라 있다.

한화그룹에서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1983년생이다. 그는 2010년 1월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해 2015년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1982년생이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지주사 현대로보틱스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재입사한 뒤 2015년 전무에 올랐다.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11월 다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다.

오너일가의 초고속 승진이 대를 내려갈수록 빨라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창업 1~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 세대는 평균 29.5살에 입사해 5년1개월 뒤인 34.6살에 임원이 됐고 3~4세대는 28.8살에 입사해 4년2개월 만인 33살에 임원이 됐다.

◆ 아버지 세대와 달리 현장 경험 없고 조직 장악력도 없어

재벌 3~4세 대부분이 유학을 다녀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장경험이 거의 없지만 높은 직책에 바로 투입된다.

기업 규모는 훨씬 커지고 있지만 현장 경험은 물론 연륜은 훨씬 적은 상태에서 그룹을 좌우하는 자리에 오르는 셈이다. 이들이 자라온 환경 자체가 소통이나 공감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주변 인물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부에서 조직 장악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을 직접 일군 창업주와 이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도운 2세와 달리 이른바 '금수저'로 태어나 경영권을 물려받는 3~4대를 보는 내부 조직원들의 시선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을 둘러싼 경영환경 역시 아버지 세대와 다르다.

이들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시기는 세계적으로 저성장기조에 접어든 시기로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경영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소극적으로 경영에 나서게 되고 내부 조직원들 사이에서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는 해석도 있다. 

◆ 경영 세습 막는 안전장치 만들어야 

국내에서도 경영 세습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영승계를 무조건 막기보다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장치를 만들어 능력을 인정받으면 경영자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210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현민</a> '갑횡포'의 뿌리는 재벌의 무자격 경영세습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대기업 내부에서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을 제도를 마련하거나 승계를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법도 제기된다.

현재 거수기 노릇을 하는 사외이사제도를 취지에 맞도록 권한을 주고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창업자가 기업을 설립하고 2세는 기업을 물려받고 3세는 기업을 파괴한다는 말이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경영 세습에 대해 더욱 조심하는 전통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기업 가운데 창업자 가문이 대대로 CEO 자리를 물려받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된 기업이 많으며 상황에 따라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이 번갈아 경영을 맡기도 한다.

일본 토요타는 1937년 창업한 후 60여 년 동안 창업자 가문이 경영을 도맡아오다 1995년부터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자 창업자 가문의 토요타 아키오 CEO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근 국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이나마 나타나고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최근 대림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대표이사에 오른 지 7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 자리는 유지하지만 각 분야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계열사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이전보다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사외이사에게 의장을 넘겨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 회장 역시 사내이사 자리는 그대로 유지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과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전문경영인 선출을 비롯한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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