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은 2011년 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마트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는데 지금까지 늘 ‘이명희 회장의 사람’들과 함께 이마트를 이끌어왔다.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현재 오리온 부회장), 김해성 전 이마트 부회장, 이갑수 대표 등 신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 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이들은 이마트 창립 당시부터 신세계그룹에 몸 담아온 말 그대로 백전노장들이다.
이 대표 역시 정 부회장의 러닝메이트로 불렸지만 이명희 회장의 신뢰를 배경으로 두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런데 이번에 이 대표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마트 출범부터 성장을 이끌어온 1세대 임원들이 모두 퇴장하고 정 부회장이 선택한 사람이 이마트를 이끌게 됐다.
신세계그룹 사정에 밝은 이들에 따르면 ‘젊은 오너’와 ‘백전노장 전문경영인’이 함께하면서 긍정적 측면도 매우 컸지만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정 부회장이 선택한 ‘젊은 전문경영인’과 함께 하게되는 만큼 정 부회장의 장악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마트 실적부진 책임에서는 정 부회장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이번 인사가 단순히 부진한 실적에 따른 문책성 경질보다는 ‘사람’을 바꿔 이마트의 변화 속도를 높이려한다는 시선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그동안 장재영 신세계 사장과 함께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온 인물로 신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 부회장의 핵심참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신세계그룹 1세대 전문경영인들의 그늘 아래 있던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 및 그룹 운영능력을 평가해볼 적기라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이번 인사기조로 ‘성과주의·능력주의 인사’를 내걸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의 인사기조는 크게 흠이 없다면 믿고 가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실적에 따라 교체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는 정 부회장 스스로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과 다를 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이마트 주도권을 손에 온전히 쥐는 것과 동시에 이마트 안팎으로 생존을 위해선 변화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초저가 전략 등 ‘정용진표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이마트의 모든 사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