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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파업, 디지털은행 위력과 2등 정규직 차별 드러내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9-01-22 15: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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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파업, 디지털은행 위력과 2등 정규직 차별 드러내
▲ 7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KB국민은행 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 노사가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를 제외하고 주요 쟁점에서 모두 합의하면서 노사갈등도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때 노사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KB국민은행은 무려 19년 만에 파업을 벌였다. 이번 파업은 무엇을 남겼을까.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사의 임단협 타결을 놓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임단협이 타결되면 지난해 10월 중순 상견례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총파업이 우리 사회에 던진 시사점도 적지 않다.

우선 이번 파업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은행에 더이상 많은 직원이 필요없다"는 것이 막연한 생각을 넘어 직접 피부에 와닿게 드러났다.

8일 파업에 회사 추산 5500여 명, 노조 추산 9천여 명이 참여했다. KB국민은행의 직원 수는 1만7천여 명이다. 전체 직원 가운데 30% 이상이 빠졌지만 전국 1058개 지점이 한 곳도 빠짐없이 문을 열면서 별다른 혼란이 없었다. 회사의 대응도 비교적 차분했다.

19년 전 파업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당시만 해도 은행의 파업으로 거래 일부가 마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금융당국 수장과 은행장이 매일같이 담화문과 성명서를 발표했고 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해산을 권유하는 유인물을 살포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파업이 불법파업이었다는 점, 일주일 가까이 이어졌다는 점 등에서 이번 파업과는 다르다. 이번 파업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았던 이유로 하루짜리였다는 점, 노사 모두 파업에 미리 대비했다는 점도 꼽힌다.

그럼에도 이번 파업으로 은행권의 유휴인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구조조정 필요성 등의 화두를 던진 건 확실해 보인다. 지금처럼 많은 점포와 점포에 근무하는 여러 직원이 과연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비대면거래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86%에 이른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때를 빼면 은행 갈 일이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노조가 이번 파업에서 가장 낮은 직급인 L0직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2등 정규직 문제도 다시 떠올랐다.

2등 정규직이란 정규직이면서도 채용, 이동, 승진, 보수 등에서 일반 정규직과 차등이 있어 2등 정규직이라 불린다.

L0는 2014년 기존 창구 업무를 주로 하던 직원들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직급이다. 당시에도 이들을 기존 직급에 편입하지 않고 새로운 직급을 만든다는 점에서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2014년 4200여 명이 L0로 전환됐고 현재 2600여 명이 남았다. 승급시험을 통과하면 L1이 되고 대졸 공채로 들어온 직원들과 동등한 위치가 된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 비정규직이던 시절의 근속년수를 모두 인정받지 못하고 1년당 3개월씩, 최대 5년만 인정받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일했으면 2년6개월만 경력으로 인정해준다. 최대 5년인 탓에 22년 근무했어도 5년만 인정받을 수 있다. 당연히 기본급도 적을 수밖에 없다. 

L0 문제는 KB국민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한은행의 RS직군, 우리은행의 개인금융서비스직군 등도 이들과 비슷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성 은행원의 2등 정규직 문제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정신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만연한 고용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 실태조사를 벌이고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업으로 확인된 사실 가운데 하나는 고연봉 직장인들의 쟁의행위를 향한 사회의 싸늘한 시선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대기업 노조의 파업을 놓고 여론이 따뜻했던 적은 없지만 이번 파업을 놓고는 유독 날선 말들이 쏟아졌다.

연봉과 무관하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정당하게 파업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경기와 취업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배부른 자들이 얼마나 더 먹으려고 파업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노조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많을 수 있지만 이번 파업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을 얻는 건 확실히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렇게 욕을 먹는데 KB국민은행의 2차 파업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은행들 역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파업은 엄두도 못 낼 것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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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퍼
지금도 점심 즉. 밥 못먹고 일하는 직윈은 뭔가?
직원들 필요 없나? 입출금은 자동화기기로 하시고 상담은 콜센터로 불편한건 인터넷 또는 민원으로 해결하세요.
ps 점심좀 먹자
   (2019-01-22 22:08:09)